[영화제]
[영화제] 삶으로서의 힙합!
2015-09-02
글 : 김봉현 (음악비평가)
제1회 서울힙합영화제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최근에 ‘열받아서내가만든페스티벌2015’라는 음악 축제가 화제가 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기존 음악 축제들에 여러모로 만족하지 못한 한 개인이 참다못해 직접 만든 음악 축제였다. 올해 2월에 내가 개최한 <나스: 타임 이즈 일매틱> 상영회도 마찬가지였다. “니들이 내가 보고 싶은 힙합영화를 극장에서 상영을 안 해? 이건 마치 공무원이 전화를 안 받는 거랑 똑같은걸? 그럼 할 수 없지. 내가 직접 한다” 모드로 만든 행사였으니까. 물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상영회는 꽤나 성황리에 끝났다. 많은 힙합 뮤지션과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소장하고 있는 나스의 LP 앨범들로 꾸민 포토존도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감독인 원나인(One9)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던 한국의 상영회가 내뿜은 열기에 감동받은 듯했다. 다른 나라들을 완전히 압도한 한국의 SNS 포스팅에 감동받았는지, 감독은 특별히 한국에만 감사 인사를 올리기도 했다.

<나스: 타임 이즈 일매틱> 상영회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는, 이것이 바로 ‘전초전’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꿈꿨던 건 ‘힙합영화제’였다. 힙합에 관한 영화를 10편씩 모아서 상영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내 냉정을 찾고 단계를 밟기로 했다. <나스: 타임 이즈 일매틱> 상영회를 통해 가능성을 먼저 엿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상영회가 끝난 후 나는 생각했다. 자, 다음 단계로 가자. 제1회 서울힙합영화제는 그런 여러 시도가 선행되었기에 비로소 기획이 가능했다. 그 ‘여러 시도’로는 앞서 말한 대로 올해 초에 개최한 <나스: 타임 이즈 일매틱> 상영회도 있고, 지난해 가을에 개최한 ‘The World Is Yours: 힙합이 숭배한 영화, <스카페이스>(Scarface)’ 행사도 있으며, 가장 가깝게는 올여름에 개최한 ‘<셀마>(Selma) 특별 GV: 마틴 루터 킹, 힙합을 꿈꾸게 하다’도 있다. 확실한 것 하나는 10월29일에 개막할 제1회 서울힙합영화제가 ‘한국’에서 ‘힙합’과 ‘영화’를 매개로 개최하는 행사 중에서 가장 크고 제대로 된 행사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제1회 서울힙합영화제에서는 당연히 힙합과 관련한 영화만 상영한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 영화제는 단순한 유행으로서의 힙합이 아닌, ‘음악’이자 ‘문화’ 그리고 ‘삶의 방식’으로서 힙합이 지닌 복합성과 그 예술적 함의를 알리는 데 정체성을 둔다. 여기서 중요한 것 하나. 제1회 서울힙합영화제는 두 파트로 나뉘어 진행된다는 사실. 메인 영화제에 앞서, 힙합 그룹 N.W.A를 다룬 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개봉 전 쇼케이스를 제1회 서울힙합영화제의 프롤로그 이벤트로 먼저 개최한다.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갱스터 랩의 선구자이자 힙합 뮤지션들이 가장 존경하는 전설적인 힙합 그룹 중 하나인 ‘N.W.A’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개봉주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식 한국 개봉은 9월10일이지만 그보다 앞서 9월5일 오후 3시, KU시네마테크에서 필자를 비롯해 래퍼 더 콰이엇(The Quiett), 도끼(Dok2)가 참석하는 특별 GV 상영회를 갖는다. 이후 오후 7시에는 2회 상영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들 3명은 직접 감수까지 맡았다. 아무래도 힙합과 관련한 영화는 오역의 위험이 높다. 그 장르, 그 문화를 이해하고 있어야만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관용적 표현이나 ‘슬랭’이 많기 때문이다.

이후 10월29일부터 11월1일까지 총 4일간 본격적으로 관객과 만날 제1회 서울힙합영화제는 단순히 영화만 보고 돌아가는 경험이 아니라 음악, 문화, 삶의 방식으로서의 힙합을 복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힙합과 시, 힙합과 사회, 그래피티, 랩 등에 대한 다양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들을 소개할 생각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이 서울힙합영화제라는 이름을 꼭 기억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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