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소외된 이들을 위한 사명으로 만든다
2015-09-11
글 : 이예지
사진 : 백종헌
<위로공단> 제작한 김민경 PD

<위로공단>(2014) 제작 <악사들>(2014) 제작 <만신>(2013) 프로듀서 <비념>(2012) 제작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2010) 프로듀서 <기다리다 미쳐>(2007) 제작부 <소녀X소녀>(2006) 제작부장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을 시적으로 엮어낸 <위로공단>(감독 임흥순)엔 또 다른 공신이 있다. 그 주인공은 임흥순 감독과 10년 동안 작업해왔으며, 함께 제작사 반달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김민경 PD다. “임흥순 감독이 차분히 조사하는 스타일이라면 나는 고문관 스타일이라 상호 보완이 된다.” 그녀는 천성부터 제작자 기질을 타고났나보다. “오지랖이 넓은 편이다. 대화를 하게 되면 항상 상대의 고민을 듣고 솔루션을 준다. 휴대전화에 관한 고민부터 연애 상담까지 다양하다. (웃음)”

그녀는 오지랖을 책임감으로 확장시켰다. “학교 다닐 때 쉬는 시간에 혼자 있는 친구를 보면 가서 말을 걸곤 했다.” 그녀는 지금도 영화를 통해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서는 중이다.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늘 고민”하는 그녀에게 한 친구는 ‘넌 왜 그렇게 책임감을 갖고 영화하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위로공단>도 그런 책임감에 근거한 것 아닐까.” <위로공단>은 만드는 과정에서 분노가 쌓여 제목을 <부글부글> 내지 <노동의 종말>로 바꿀 뻔도 했다. “포커스가 외부 시스템보단 그분들에게 갔으면 했기에 바꾸진 않았다. <위로공단> 제목도 끝까지 고민했다. 우리가 뭔데 그들에게 위로를 건네나. 그들이 손을 내밀어준 것이지. 우리는 그 손을 받아서 관객에게 건네준 것뿐이다.”

그녀는 자신의 또 다른 강점으로 “지구력”을 꼽았다. “늦은 나이인 서른”에 영화 일을 시작했지만, “평생 해야 할 일의 스타트라인에는 서른살에만 서면 된다고 생각해왔다”는 그녀에게서 어떤 여유가 느껴졌다. “학부 때부터 전공과 상관없이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졸업 후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다 영화 워크숍을 듣고 영화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미술쪽에 조예가 있던 그녀는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를 통해 박찬경 감독의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를 계기로 프로듀서로 입봉했고, 이후 <만신>을 프로듀싱했다. 더불어 임흥순 감독과 함께 제작사 반달을 설립해 <비념>과 <위로공단>을 제작했다.

사려 깊게 귀를 기울이고, 끝까지 완수해내는 김민경 PD는 더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한 작품씩 해나가는 과정에서 하고 싶어지는 이야기들이 더 많이 생겼다.” 제작사 반달의 차기작은 한국전, 베트남전, 이란-이라크전 세 전쟁을 겪은 위문공연단 할머니를 소재로 풀어나간 다큐멘터리 <환생>이다. 개발 중인 작품엔 극영화도 있다.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다큐멘터리는 반달DOC, 극영화는 반달PIC으로 제작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는 그녀에게서 더 많은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다.

계산기

2003년부터 지금까지 12년 동안 항상 가방에 가지고 다니는 계산기. 디자인을 위한 수치 계산부터 영수증 계산, 환율 계산, 원천세 계산 등에 사용한다. 제작자는 멀리 보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까이 있는 수와 친해지는 일도 필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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