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깊이 있는 주제를 전달하는 웰메이드 애니메이션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2015-09-09
글 : 송효정 (영화평론가)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는 완결된 서사를 선보이는 한편의 장편인 동시에 세계적 애니메이터의 단편까지 접할 수 있는 작품이다. 칼릴 지브란의 영적 잠언인 <예언자> 중 8편의 시를 발췌하여 그 각각을 작가주의 애니메이터들의 작품으로 엮었다. 작품의 큰 흐름은 말썽꾸러기 소녀 알미트라와 시인 무스타파의 교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아버지를 잃은 후 말을 잃은 소녀 알미트라는 동네의 골칫거리다. 소녀의 엄마 카밀라는 불온한 시를 쓴 죄로 구금상태인 시인 무스타파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무스타파는 보편적 언어로 인생의 본질에 대한 통찰력 있는 깨달음을 전달하는 시인이다. 소녀 알미트라는 친근한 예언자 같은 시인 무스타파에게 마음을 열고 그의 시에 영혼의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이후 무스타파의 구금이 해제되자 그는 항구로 가는 길에 마을 사람들을 만나 삶과 인생에 대한 시를 읊는다.

전체 서사를 하나로 엮은 무스타파 이야기는 작품의 총감독인 로저 알러스가 담당했다. 무스타파가 알미트라, 카밀라 및 마을 사람들에게 건네는 8편의 시적 잠언들은 각각 독립적인 단편으로 이루어졌다. 한편한편 모두가 동시대 최고 수준의 인디 애니메이터 작품으로 보는 즐거움이 꽤나 쏠쏠하다. 가령 <아이에 대하여>의 니나 페일리는 그림자 인형극풍의 독특한 오리엔탈 이미지를 전달한다. 인디 애니메이션의 거장 빌 플림턴은 <먹고 마심에 대하여>에서 거칠고 분방한 그 특유의 스타일을 선보인다. <사랑에 대하여>의 톰 무어는 클림트를 연상시키는 평면적이고도 화려한 작화로 시선을 끈다. <일에 대하여>의 조앤 C. 그라츠는 인상주의 유화풍의 서정적인 스타일을 보여준다. 제작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총감독 로저 알러스는 디즈니에서 <라이온 킹>을, 소니픽처스에서 <부그와 엘리엇>(2006)을 감독한 애니메이션계의 대가다. 시인 무스타파 목소리에는 리암 니슨이, 싱글맘인 카밀라 목소리에는 샐마 헤이엑이 나서서 힘을 실었다. 데이미언 라이스의 노래와 요요마의 첼로 연주는 작품의 주제에 서정적 감성을 더한다. 보고 듣는 즐거움에, 평이한 언어로 깊이 있는 영적 주제까지 전달하는 웰메이드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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