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홍콩 대표 무협영화 <황비홍> 시리즈의 리부트판 <라이즈 오브 더 레전드: 황비홍>
2015-09-09
글 : 문동명 (객원기자)

20세기를 앞둔 광저우의 부두. 뇌공(홍금보)이 이끄는 거대 조직 흑호방은 부두를 장악하고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이를 지켜보던 황비홍(펑위옌)은 그의 동료들과 함께 흑호방을 무너뜨릴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적진에 잠입하기로 한다. 뇌공에게는 3명의 양자가 있지만, 황비홍은 훌륭한 무공과 인품을 인정받으며 흑호방의 유력한 2인자가 된다. 어릴 적부터 황비홍과 형제처럼 지내던 적화는 거리의 아이들을 데리고 와 세력을 키우고, 황비홍이 오랫동안 사랑해온 춘옥 역시 작전을 돕는다. 기생 소화(안젤라 베이비)는 춘옥만을 바라보는 황비홍의 곁을 맴돈다.

홍콩의 대표적인 무협영화 <황비홍> 시리즈의 리부트판. <나이트폴>(2012)을 연출한 주현량이 메가폰을 잡았다. 시리즈를 새롭게 시작하려는 작품인 만큼 기존 <황비홍> 시리즈의 그림자에서 과감히 벗어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무협의 근간인 액션부터 변화는 두드러진다. 오프닝을 장식하는 빗속의 격투부터 슬로모션을 공격적으로 배치하고 물방울이 튀는 모습까지 세세하게 잡아내는 등 새 출발의 야심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홍콩 무협, 특히 <황비홍> 시리즈에 기대하는 건 눈을 사로잡는 곡예 중에도 육체적인 타격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맛일 테지만, <라이즈 오브 더 레전드: 황비홍>은 과도한 효과를 통해 그런 쾌감을 애써 비껴간다. 바람 가르는 소리를 타고 동작을 주고받는 시리즈 특유의 ‘스피드’가 느껴지지 않는 것 또한 아쉽다. <라이즈 오브 더 레전드: 황비홍>의 액션은 많은 부분 슬로모션에 기대고 있는데, 이는 신의 리듬을 돋보이게 하긴커녕 오히려 액션의 사실적인 감각을 흐트러뜨리는 데에 일조할 뿐이다. 황비홍을 연기한 펑위옌은 강인한 표정을 실어 액션은 훌륭하게 소화해내지만, 그외의 상황에서는 목석처럼 딱딱해진다. 영화는 액션과 더불어 황비홍과 춘옥, 소화의 관계를 무겁게 끌고 가려 한다. 하지만 주인공 황비홍의 미미한 감정선은 <라이즈 오브 더 레전드: 황비홍>이 의도한 의욕 넘치는 로맨스를 살리지 못하는 독이 된다. 이들의 삼각관계는 충분히 설득되지 못한 채 후반부 갑작스럽게 비극적인 대목을 남겨놓는 전개의 구멍으로 남는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