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말 컴턴 지역 출신인 닥터 드레, 이지-이, 아이스 큐브, MC 렌, DJ 옐라는 N.W.A(Niggaz Wit Attitude, 행동하는 흑인들)를 결성, 빈곤과 차별에 대한 분노를 토해내는 갱스터 랩을 선보이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DJ의 꿈을 품지만 번번이 현실의 벽에 부딪치던 닥터 드레(코리 호킨스)는 아이스 큐브(오셔 잭슨 주니어), 이지-이(제이슨 미첼)와 함께 컴턴 지역의 삶과 흑인 차별을 그대로 반영한 갱스터 랩에 파고든다. 이들은 첫 싱글 <보이즈 앤 더 후드>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전국구 스타가 되지만 성공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백인 매니저 제리(폴 지아마티)의 농간 때문에 성공적인 전국투어에도 불구하고 수익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자 아이스 큐브와 닥터 드레가 연이어 팀을 이탈한다.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기교를 부리는 종류의 영화가 아니다. 과격하고 전복적이었던 N.W.A의 음악과 달리 F. 게리 그레이 감독은 무리해서 인물을 재해석하지 않는다. 닥터 드레, 아이스 큐브, 이지-이의 성장 드라마처럼 보이는 이 영화는 힙합의 역사가 된 전설적인 그룹의 흥망성쇠에 얽힌 멤버들의 인간적 면모에 초점을 맞춘다. 크립스와 브라즈라는 양대 갱단이 대치했던 컴턴 지역의 특수성, 문제곡 <Fuck tha Police>에 얽힌 에피소드 등 당시의 미국 문화에 대한 맥락을 어느 정도 숙지한다면 영화가 훨씬 풍성하게 다가오겠지만 사실 딱히 몰라도 상관없을 만큼 보편적인 정서를 깔고 간다. 물론 그럼에도 보는 내내 사회 저항적이고 전복적인 에너지는 확실히 전달되는데, 이는 대부분 N.W.A의 음악 덕분이다. 1980, 9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그들의 음악과 그 안의 메시지는 지금 들어도 여전히 힘 있게 다가온다. 북미에서의 기록적인 흥행 행진은 현재 미국의 흑인 인권 문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영화 자체는 아이스 큐브, 닥터 드레, 이지-이의 미망인 토미카 우즈 라이트가 제작에 참여한 만큼 ‘부끄럽지만 빛났던 그 시절’에 대한 회상의 정서가 더 강하다. 아이스 큐브 역을 맡은 아이스 큐브의 아들 오셔 잭슨 주니어의 연기를 비롯해 배우들의 높은 싱크로율도 만족스럽다. 영화만큼 영화 바깥의 에피소드들도 재미있는 영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