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꿈 많았던 SF 키드들은 어떻게 자랐을까 <위시 아이 워즈 히어>
2015-09-09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꿈 많았던 SF 키드들은 어떻게 자랐을까. 형 에이든(잭 브라프)은 오디션을 전전하는 무명배우다. 비듬샴푸 광고 이후에는 일자리마저 끊긴 상태. 아이들 학비는 늙은 아버지에게 생활비는 아내 사라(케이트 허드슨)에게 손 벌리는 자립 불능의 가장이 되었다. 그나마 에이든은 가정이라도 꾸렸지만, 동생 노아(조시 게드)는 가족과도 절연하고 햄버거 냄새가 진동하는 컨테이너에서 독수공방하는 추락한 천재 노총각 신세다. 그러던 중 에이든에게 아버지의 병이 재발해 더는 아이들의 학비를 대줄 수 없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에이든은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두 가지 어려운 숙제를 동시에 떠안게 된다.

<가든 스테이트>(2004)로 각종 영화에서 신인감독상을 휩쓸며 화려하게 데뷔한 배우이자 감독 잭 브라프가 오랜만에 내놓은 영화 연출작이다. 여러모로 <가든 스테이트>와 연장선상에 놓인 작품처럼 느껴진다. 에이든은 전작의 청년이 성장해 가장이 된 것처럼 보이며, 전작에 없던 동생 노아는 에이든의 과거가 투영된 인물처럼 보인다. 잭 브라프가 직접 연기한 주인공이 극중 배우로 설정된 것이나 가족의 죽음이 변화의 계기가 되는 것도 동일하다. <가든 스테이트>는 어머니의 죽음이, <위시 아이 워즈 히어>는 죽음을 눈앞에 둔 아버지가 주인공에게 변화를 불러오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청춘물에서 홈드라마로 옮겨오면서 전작에서 제구실을 하던 활력이 소모적으로 반복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가든 스테이트>를 좋아했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재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상당 부분 전작의 게으른 반복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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