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콜센터 상담원 여주(이미소)는 신용불량 등으로 위기에 몰려 도움을 요청해오는 서민들을 심사해 경제적 회생 기회를 제공한다. 그녀에게 전화를 거는 사람들 대부분은 각종 채무관계로 얽힌 상황에서 자신의 신상정보를 여주에게 내맡기다시피 한다. 여주는 겉으로는 아주 친절하게 그들을 돕는 척하지만, 실은 신용불량자 정보를 사채업자에게 팔아넘기는 못된 짓을 하며 산다. 어느 날 여주는 평소대로 자신에게 상담을 청해온 한 신용불량자 가장의 신상정보를 사채업자에게 건넨다. 그 후, 남자의 아들이 다짜고짜 여주를 찾아와 아빠가 자살을 했다며 어찌된 일인지 따져 묻는다. 죽은 남자를 향한 죄책감에 시달리던 여주는 황당하게도 종말론에 빠진 어느 광신도에게 퇴근길에 납치를 당하고 만다. 더 황당한 것은 그 광신도를 통해서 그녀의 숨겨졌던 과거가 밝혀지고, 그때부터 영화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한국영화아카데미 27기 출신 김성무 감독의 연출 데뷔작인 <선지자의 밤>은 종말론을 퍼뜨린 사이비 교주에 의해 버려진 신도들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내쳐진 신용불량자와 병치시켜놓고 질문한다. 이들의 삶은 과연 누가, 어떻게 구원할 수 있는가? 아마도 이에 대한 영화의 태도는 “사람이 사랑으로 사람을 대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는 대사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사람이 사람을 이용해 돈을 벌 듯 사람만이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약간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는 시간 구성으로 인해 이야기가 다소 복잡하게 진행되는 듯하지만 엔딩 시퀀스의 메시지는 간결하고 강렬하다. 사람답게 살아보지 못하고 버려진 사람들에게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위로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