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 자신들이 생체실험 대상이었음을 깨닫고 미로를 탈출한 러너들은 미로 밖 더 큰 세계에서 길을 잃는다. 실험을 주도한 것이 비밀조직 위키드임을 안 러너들은 위키드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그들의 흔적을 짚어간다. 폐허가 된 도시 스코치에서 러너들은 광활한 모래사막을 벗어나야 하고, 플레어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떼 크랭크의 습격으로부터 살아남아야 하는 위기에 봉착한다. 위키드에 맞서는 또 다른 비밀결사를 만난 러너들은 그들의 도움을 받아 잠시 휴식을 취하지만 사고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난다.
모든 것이 절로 주어졌던 미로와는 달리 열린 공간인 스코치에서 러너들은 어디로 갈 것인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직접 결정하고 행동해야 하는 책임감을 안게 된다. 자연히 조화로운 캐릭터 플레이가 필요한데 인물의 개성은 원작에 비해서나 전편에 비해서나 다소 축소됐다. 민호(이기홍)와 뉴트(토머스 생스터) 등 성격이 뚜렷한 캐릭터들의 역할이 작아지면서 토마스(딜런 오브라이언)의 리더십이 부각되는데 고집스러운 토마스의 성격으로 인해 러너들 사이의 연대가 자꾸 흔들린다. 팀의 균형을 잡아주어야 할 팀원들의 캐릭터가 축소된 아쉬움이 이때에 크게 다가온다. 엔딩에 이르러 극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다른 인물의 사연 또한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행위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부여받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조력자로 등장하는 새 캐릭터들은 활기를 불러일으키며 다음 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품게 만든다. 폐업한 쇼핑몰에서 벌어지는 크랭크와의 추격전도 비슷한 장르의 다른 영화들에서 자주 보지 못한 비주얼을 구현해 무척 흥미롭다.
영어덜트 소설 원작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단순해진 경향이 있지만 그건 주인공이 소년들이라서가 아니라 혼란과 갈등을 표면적으로만 보여주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리즈의 근본적인 주제인 가치판단과 선택의 문제를 더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면 좋았을 것 같다. 공간에 대한 확장이 주제에 대한 확장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했다는 인상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3부를 향한 궁금증을 남기며 모호하게 끝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