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9월2일부터 12일까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11일 동안의 긴 항해를 마무리했다. 올해의 공식경쟁부문에서는 영국 배우 에디 레드메인이 트랜스젠더로 분한 톰 후퍼 감독의 <대니쉬 걸>부터 듀크 존슨, 찰리 카우프먼 감독의 만화영화 <아노말리사>와 이스라엘 감독 아모스 기타이의 신작 <라빈, 더 라스트 데이> 등 총 21편의 영화가 황금사자상을 두고 경쟁을 벌였다. 경쟁부문의 이탈리아영화는 4편이었는데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의 <나의 혈육>, 틸다 스윈튼과의 협연이 돋보이는 루카 구아다그니노 감독의 <어 비거 스플래시> 등이 그 작품들이다. 이 밖에 비경쟁부문에는 차이밍량의 신작 <애프터눈>, 토머스 매카시 감독의 <스포트라이트> 등 18편의 영화가, 새로운 경향의 영화를 소개하는 오리종티 부문에는 34편의 작품이 초청됐다.
올해의 베니스에서는 라틴아메리카영화가 강세를 이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황금사자상, 은사자상이 모두 남미 감독들의 차지였기 때문이다. 황금사자상을 받은 로렌소 비가스 감독은 이번 경쟁부문에서 상영된 영화 <프롬 어파>가 데뷔작인 신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누군가와의 신체적 접촉을 꺼리는 중년의 게이 아르만도와 거친 기질의 20대 청년 엘더의 기묘한 러브 스토리를 다룬 이 영화는 다층적인 감정의 결과,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인물간의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구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아모레스 페로스> <21그램> <바벨> 등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영화의 각본가로 유명한 기예르모 아리아가와 <크로닉>으로 올해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멕시코 감독 미셸 프랑코가 이 영화의 프로듀서를 맡았다는 점. 은사자상은 유괴범 가족의 실화를 그린 아르헨티나 파블로 트라페로 감독의 <엘 클란>에 돌아갔다. 베니스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알베르토 바르베라는 올해 영화제를 “탈피하는 영화제”라고 말하며 “이미 유명해진 사람들을 위한 영화제가 아님”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