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이 시대의 평범한 가장들이 이끄는 추리극 <탐정: 더 비기닝>
2015-09-23
글 : 김현수

웹상에 떠도는 미제 살인사건 자료를 수집해 개인 블로그 활동을 하는 프로파일링 동호회 회장이자 자칭 파워블로거 강대만(권상우)은 두 아이의 아빠이자 허름한 만홧가게의 주인이다. 대만은 매상이 점점 떨어지는 만홧가게 운영보다 취미 생활인 블로그 관리에 더욱 매진하는 철없는 남편이다. 한때 경찰학교 시험에서 낙방한 경험이 있는 그는 친구인 강력계 형사 준수(박해준)와의 친분을 이용해 살인사건 현장 주변을 배회하며 잃어버린 꿈을 좇는 중이다. 그런 대만을 누구보다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은 한때 광역수사대 최고의 엘리트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좌천된 베테랑 형사 노태수(성동일). 그에겐 자꾸만 현장에 나타나 형사들을 귀찮게 하는 대만이 눈엣가시다. 그러던 어느 날 태수의 관할구역에서 잔인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의 결정적인 용의자는 다름 아닌 준수.

그런데 대만은 이 사건이 단순 치정살인이 아니라 누군가 준수에게 교묘하게 누명을 뒤집어씌운 계획살인임을 직감한다. 좌천된 이후 별다른 성과 없이 후배 팀장에게 무시만 당하던 태수는 내키진 않지만 사건의 진범을 찾기 위해 대만과 힘을 합친다.

<탐정: 더 비기닝>은 캐릭터 코미디와 추리 스릴러의 요소가 교묘하게 뒤섞여 색다른 영화적 재미를 만끽하게 해주는 영화다. 연쇄 살인사건의 단서를 진지하게 풀어나가는 추리극의 서사는 그 어떤 정통 스릴러보다 촘촘하고 치밀하게 전개된다. 그런데 이런 스릴러로서의 면모를 이끄는 영화의 중심 캐릭터는 일과 가족 사이에서 쩔쩔매는 이 시대의 평범한 가장들이다. 살인사건 추적이라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기저귀를 챙겨야 하는 등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나오는 웃음이 이 영화의 소재와 주제를 매끄럽게 연결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평범한 가장들의 귀여운 변명처럼 보이기도 한다. 로맨틱 코미디 <쩨쩨한 로맨스>(2010)를 연출했던 김정훈 감독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2006년 제8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588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수상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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