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남성들 사이 은밀하게 작동하는 질서 <더 로프트: 비밀의 방>
2015-09-23
글 : 이예지

부와 명예, 그리고 가정이 있지만 때때로 일탈의 필요성을 느끼는 다섯명의 친구들이 있다. 그들의 리더 격인 건축가 빈센트(칼 어번)는 자신의 건물 맨 위층 펜트하우스 ‘로프트’를 공유하자고 제안한다. 열쇠를 나눠가진 이들은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여자들과 밀회를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로프트에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들 모두는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서로를 의심한다. 용의자가 좁혀지는 가운데 반전이 드러나며 사건의 실체가 밝혀진다.

호기심을 당기는 극적 설정과 빠른 템포의 전개, 두 차례의 반전까지 엔터테인먼트에 충실한 영화다. 에릭 반 루이 감독은 2008년 벨기에에서 자신이 연출한 작품을 2014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했다. 흥미롭지만 자칫 붕 뜰 수 있는 연극적 설정이지만, 다섯 남자의 개인사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현실에 안착시킨다. 다섯 남자의 캐릭터는 치고받는 재미가 있고, 캐릭터끼리 맞물리고 어긋나며 축조해내는 드라마를 읽는 즐거움 또한 있다. 맥거핀으로 시선을 분산시키는 잔재미도 빠질 수 없다. 단지, 첫 번째의 반전이 해명될 때 맞닥뜨리는 작위적 느낌은 아쉽다. 엔터테인먼트에만 충실한 것은 아니다. 영화는 반전 이면의 씁쓸한 뒷맛까지 갖췄다. 비극의 기원은 결국 관계다. 절친해 보이는 친구들이었지만 누군가는 누군가를 이용했고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열등감을 느꼈으며, 관계 이면에 피어오른 곰팡이 같은 감정은 결국 비극을 낳았다. 남성들 사이 은밀하게 작동하는 질서를 사실적으로 포착해낸 작품이다. 웬트워스 밀러의 완고하면서도 소심하고, 열패감이 느껴지는 연기는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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