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 인 차이나> 中國合人
감독 진가신 / 각본 임애화, 주지용 / 출연 황효명, 등초, 동대위, 두쥐안 / 촬영 크리스토퍼 도일 / 편집 초양 / 미술 손립 / 수입 봄비 / 배급 콘텐츠판다 / 제작연도 2013년 / 상영시간 112분 / 등급 12세 관람가
‘성공한 사람의 인생은 포장되어 평범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다.’ 넘쳐나는 성공담을 개인의 재능과 노력으로만 치부하는 사이 정작 본질을 놓칠 때가 있다. 아메리칸드림, 차이나드림 등등 기회를 찾아 무작정 떠났던 무수한 ‘드림’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열심히 하면 보답받을 거란 기대를 품고 발밑에 깔린 무수한 실패와 어둠을 외면한 채 꿈을 좇는다. 거기에 진정 꿈과 희망이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꿈을 꾸고, 영화는 그 꿈을 보여준다. <아메리칸 드림 인 차이나>는 중국 유명 사교육업체 신동방의 창업자 위민홍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세 청년의 창업 과정을 그린다.
80년대의 중국은 거품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개방을 기치로 단행된 경제개혁은 사람들에게 성공에의 욕망을 안겼다. 순박한 시골 청년 쳉(황효명)은 삼수 끝에 대학에 온 만큼 성공에 대한 열망도 강렬하다. 잘난 집안 덕분에 부족함 없이 자란 맹(동대위), 미국 여자와 연애를 꿈꾸는 로맨티스트 왕(등초), 대학에서 만난 전혀 다른 성격의 세 남자는 미국이라는 꿈을 공유하며 의기투합한다. 그러나 현실은 꿈처럼 달콤하지 않다. 쳉과 왕의 미국행은 끝내 좌절되고, 쳉은 생계를 위해 토플 강습을 시작한다. 홀로 미국에 갔던 맹 역시 갖은 고생만 한 후 아메리칸드림의 허상을 깨닫고 중국으로 돌아온다. 한때 아메리칸드림에 젖었던 세 남자는 중국에서 유학원 ‘뉴드림’을 운영하며 성공을 거둔다.
큰 뼈대는 아메리칸드림에 젖어 있던 세 청년이 실패와 좌절을 맛본 후 중국에서 성공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이야기다. 보물을 찾아 집을 떠났지만 진짜 보물은 집 앞 마당에 있었다는 흔한 우화로도 읽힌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영화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또 다른 허상을 심어주는 차이나드림에 머물지 않는다. 진가신 감독의 매력은 발밑에 부스러져 쌓인 청춘의 남루함을 쓰다듬을 줄 안다는 데 있다. <첨밀밀>에서 선보였던 그 섬세한 손길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아메리칸드림이 고스란히 차이나드림으로 이식되는 모습은 일견 씁쓸한 지점도 있지만 결국 이들이 말하고 싶었던 건 꿈, 그 자체의 소중함이다. 후반부의 성공가도를 달릴 때보다 영화 전반부 멋모르던 세 남자의 젊은 시절 풋풋함이 훨씬 사랑스럽다. 다소 교조적인 면도 있지만 빤한 성공담에 희로애락을 적절히 녹여낸 진가신 감독의 연출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