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네프 다리가 내려다보이는 건물 창가에, 한 남자의 실루엣이 비친다. 끝까지 명확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그는 바로 레오스 카락스 감독이다. 카락스의 기행적인 언론 기피 습성은 잘 알려져 있다. 영화계에 몸담았던 지난 30년 동안, 그가 직접 참여한 인터뷰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나마 텔레비전 영상인터뷰는 찾을 수 없다. 그 연장선상에 아직도 카락스는 서 있는 듯 보인다. 자신에 대한 내용을 담은 이 영화 <미스터 레오스 카락스>에서도 그는 새로운 모습이나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집을 흔적은 보여주지 않는다. 때문에 다큐멘터리 연출자 테사 루이즈 살로메는 과거 아카이브 영상 자료들을 활용해 그를 간접적으로 설명한다. 최근 촬영한 듯한 관계자들의 인터뷰가 여기에 덧붙는다. 과거 줄리엣 비노쉬의 인터뷰 장면이나 <홀리모터스> 상영 당시 칸국제영화제의 반응이 담긴 텔레비전 화면, 그리고 촬영장 메이킹 필름 등이 짜깁기되어 등장하고, 이어서 드니 라방과 하모니 코린, 질 자코브 등 감독이나 배우, 관계자들의 설명이 교차된다.
만일 레오스 카락스의 작품 세계를 한마디로 설명하라면, 미국의 영화평론가 리처드 브로디의 말을 빌리는 편이 수월할 것이다. 카락스 영화에는 금기가 있는데, 그건 바로 ‘평범함, 반복, 일상’이다. 1980년대 데뷔한 이 젊은 천재는 빠르게 프랑스영화의 저주받은 시인 자리에 올라섰다. 하지만 30년 동안 그가 완성한 영화는 <소년 소녀를 만나다>와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 <폴라 X> <홀리모터스>, 단 5편뿐이다. 카락스 자신을 대변하듯 주인공은 자기파괴의 욕구로 응집돼 있고, 여자주인공은 시적으로 과장되어 설명된다. “레오스 카락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고다르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특유의 느릿한 말투로 미소 지으며 “용기를 주고 싶군요”라고 답한다. 그걸로 충분하다. 영화 <미스터 레오스 카락스>의 구심점에는 분명히 카락스가 서 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마치 무중력 상태에 빠진 내면처럼 비밀스럽게 번지기를 반복할 뿐이다. 마치 수수께끼 같은 신화가 레오스 카락스라는 인물의 본모습이라고 일러주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