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아직도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하는 것인가?’ 사진작가이자 환경운동가로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통계나 분석 대신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찾아내길 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 3년간 60개국을 돌아다니며 2020명의 증언을 63가지의 언어로 2500시간 동안 촬영해 그의 두 번째 장편다큐멘터리 <휴먼>(2015)으로 완성했다. 유엔 창설 70주년 기념행사 때 첫선을 보인 이 영화는,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 <홈>이 그랬던 것처럼 전통적인 방식으로 개봉하는 대신, 개봉과 동시에 텔레비전 공중파로 대중에게 소개됐고, 동시에 인터넷상에서도 무료로 공개됐다. 상업적인 이윤 추구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환경과 인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라는 감독의 가치관 때문이다. 참고로 2009년 세계 환경의 날에 맞추어 첫선을 보인 <홈>은 지금까지 극장, 텔레비전, 인터넷 그리고 각종 사회단체에서 마련한 무료 상영을 통해 600만명에 가까운 관객과 만남을 가졌다.
<휴먼>은 사형선고를 기다리는 미국 죄수,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일부다처제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인 등 다양한 인종, 언어, 문화, 연령대의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 이야기들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장기인 아름다운 항공숏과 조화롭게 교차되면서 보여진다. 프랑스에선 <휴먼>의 이런 시각적인 아름다움, 친환경적 메시지, 비영리적 배급방식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매체들이 있는 반면, 그의 작업 자체의 모순을 비판하는 매체들도 있다.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이 <휴먼> 같은 ‘그린 버스터’ 영화제작을 위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베탕쿠르-슐러 재단(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비자금 횡령 사건과 연관된 유대계 프랑스 그룹)과 연계하고 있고, 또 헬리콥터로 촬영하는 그의 장기인 항공숏들은 영화 메시지와 달리 환경을 해치기 때문이다. 과연 그의 작품들을 액티비즘 다큐멘터리로 볼 수 있을까? 관심 있는 독자들은 유튜브에서 직접 그 답을 찾아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