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재충전된 새로운 시리즈 <트랜스포터 리퓰드>
2015-10-14
글 : 김지미 (영화평론가)

<트랜스포터> 시리즈는 일종의 액션 ‘포르노’처럼 자동차 성애자/액션 덕후들을 동시에 만족시킬 만한 액션 신들을 점층적으로 강도를 더해가며 나열하는 구성을 취해왔다. 이 시리즈에서 ‘서사’는 그저 ‘액션’을 도울 뿐이었다. 다양한 감독들이 메가폰을 잡은 전편들에서 주인공 ‘프랭크 마틴’이 준수하는 세 가지 규칙 ‘계약 내용을 변경하지 말 것, 이름을 밝히지 말 것, 운반물을 열어보지 말 것’만큼 지켜졌던 룰이 있다. ‘제이슨 스타뎀은 기용할 것, 캐릭터를 심화하지 말 것, 아주 신박한 액션 신을 삽입할 것.’ 덕분에 관객은 서사에 신경 쓸 필요 없이 고가 차량이 가슴 떨리는 흠집은 물론 심장 내려앉는 완전파손조차 두려워하지 않고 펼쳐내는 고강도 레이싱과 스타뎀의 육체가 현현하는 놀라운 액션 퍼포먼스에만 집중하면 되었다.

<트랜스포터 리퓰드>에서는 전편들의 ‘싼마이’ 기운을 털어내고 ‘제임스 본드’류 고품격 시리즈를 꿈꾸는 뤽 베송의 욕심이 보인다. 에드 스크레인을 새로운 프랭크 마틴으로 기용한 이 영화는 영화 안팎의 기존 세 가지 룰을 모두 버렸다.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것 외에 알려진 개인사가 없었던 프랭크 마틴은 특수요원 아버지 덕분에 ‘독고다이’ 상남자를 버리고 효심 충만한 아들이라는 캐릭터를 얻었다.

여성 혐오가 의심될 만큼 무뇌아에 가깝던 여주인공은 이제 치밀한 계획성과 실천력을 겸비한 ‘자매애’ 가득한 여전사들이 되었다. 여기까지는 업그레이드라고도 볼 수 있지만 탄성과 헛웃음을 동시에 선사하던 기기묘묘한 액션마저 종적을 감추게 된 것은 틀림없이 치명적인 단점이다. 연료를 재충전(refueled)하는 과정에서 부른 과욕 때문인지 자동차는 더 무거워졌고, 프랭크 마틴의 몸마저도 둔해진 느낌이다. 주인공보다 화면 노출빈도 수가 높아 보이는 아우디 로고가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데에는 ‘폭스바겐 스캔들’도 있지만 아주 긴 신차 매뉴얼처럼 보이는 영화 자체의 결함이 더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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