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영원한 젊음에서 포착해낸 서사 <아델라인: 멈춰진 시간>
2015-10-14
글 : 김지미 (영화평론가)

영생불사는 인간의 욕망 가운데 가장 보편적이고 절실한 것 중 하나다. 이왕이면 영원한 젊음까지 곁들여. 그 욕망의 가장 성(聖)스러운 차원에서 종교가, 속(俗)스러운 차원에서 뱀파이어와 그 후손들이 자리잡고 있다. ‘영원한 젊음’의 변주로 생산되는 판타지들의 연속선상에 있는 <아델라인: 멈춰진 시간>은 보부아르의 <인간은 모두가 죽는다>의 여성판 하이틴로맨스 버전 정도인 듯하다. 남편을 잃은 뒤 딸과 함께 살아가던 아델라인(블레이크 라이블리)은 어떤 ‘전기적 충격’으로 인해 29살이라는 생물학적 나이에 갇히게 된다. 굳이 ‘갇혔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녀가 그 젊음을 축복이 아닌 재앙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딸이 친구처럼 보이게 되는 시점부터 그녀는 자신의 정체를 감춰야만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결국 10년을 주기로 신분을 바꿔가며 이곳저곳을 떠돌면서 살아가게 된다.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으면 안 되는 본인의 상황 때문에 ‘연애’는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운명 같은 사랑이 등장한다. 지성과 미모는 물론 부와 달달함까지 탑재한 앨리스(미치엘 휘즈먼)를 만난 뒤 아델라인의 철벽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들의 사랑은 앨리스의 아버지(해리슨 포드)를 만나면서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전반적으로 두 남녀의 사랑은 ‘오글폭풍’을 감수해야 하고 시들지 않는 ‘동안’과 눈길을 사로잡는 ‘미모’를 동시에 갖고도 히스테릭하기만 한 주인공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영원한 젊음에서 고작해야 ‘다양한 외국어 습득 기회’와 ‘역사 정보 대량 암기’라는 장점을 포착해낸 서사의 얕은 내면 역시 매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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