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제임스 딘의 평범하고 다양한 모습 <라이프>
2015-10-14
글 : 김보연 (객원기자)

무명 사진작가 데니스(로버트 패틴슨)는 아직 ‘스타’가 되기 전의 제임스 딘(데인 드한)이 가진 독특한 매력을 먼저 알아본다. 흔한 홍보 사진에 지쳐 있던 데니스는 제임스 딘을 찾아가 특별한 사진을 찍어보자고 제안하고, 두 사람은 즉흥적으로 짧은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이 여행에서 우리가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제임스 딘의 어떤 이미지들이 만들어진다.

<모스트 원티드 맨>(2014)을 연출했던 안톤 코르빈 감독의 <라이프>는 제임스 딘의 인생 중 아주 짧은 시기에 집중한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제임스 딘의 화려한 인기나 갑작스러운 죽음과 같은 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그의 비교적 덜 알려진 평범한 모습을 그린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영화는 조카와 책을 읽거나 술에 취해 잠든 모습과 같은 소박한 일상에 주목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제임스 딘의 평범하고 다양한 모습과 그 아래 숨은 내면을 능동적으로 상상하게 한다.

또한 감독은 데니스와 제임스 딘과의 관계에도 주목하며 이야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전작에서 차분한 대화 속에 긴장을 녹이는 연출을 보여주었던 감독은 <라이프>에서도 극적인 사건 없이 두 사람 사이의 복잡한 감정을 세심하게 포착한다. 특히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달랐던 두 사람이 갈등을 빚는 상황은 생각보다 큰 감정의 진폭을 만들어낸다. 이를테면 원치 않는 순간 카메라 앞에 선 제임스 딘이 말없이 눈썹을 찡그리는 것만으로 예리한 긴장이 전해지는 것이다. 물론 영화의 감정적 파장이 제임스 딘의 존재 자체에 크게 기대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라이프>의 이러한 영화적 성취 역시 깊은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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