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탕웨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음악 유전자가 눈을 떴다
2015-10-19
글 : 김성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화려한 샐러리맨> <세 도시 이야기> <몬스터 헌트> 탕웨이

일복이 터졌다. 보통 한두편 작업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 탕웨이의 필모그래피는 무려 다섯편이다. 두기봉 감독의 뮤지컬영화 <화려한 샐러리맨>을 비롯해 유청운과 함께 연기한 시대극 <세 도시 이야기>(감독 메이블 청), 애니메이션 <몬스터 헌트>(감독 라맨 허), 로맨스영화 <온리 유>(감독 장하오), 마이클 만 감독과 처음 만난 할리우드영화 <블랙코드>가 그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 다섯편 모두 장르도, 출연 비중도 제각각이라 특정한 카테고리로 묶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화려한 샐러리맨>에서 그녀는 주윤발, 장애가 같은 선배 배우들 사이에 끼어 밤샘 근무를 밥 먹듯이 하는 현대 직장인 소피라는 작은 역할을 맡았다. 반면, <세 도시 이야기>에서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걸 수 있는 강인한 여성을 맡아 유청운과 함께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간다. <온리 유>에서 그녀가 연기한 팡유안은 운명의 상대를 찾기 위해 약혼자를 두고 이탈리아로 여행하는 여성이다. <몬스터 헌트>에서는 마작을 하는 술집 주인으로 잠깐 등장하고, <블랙코드>에서는 미국 요원(크리스 헴스워스)과 함께 세계를 위협하는 해커 조직에 맞서 사건을 해결하는 중국 요원을 맡았다. 데뷔 이래 그 어느 때보다 출연작이 많아서일까. 탕웨이는 할 말이 무척 많아 보였다. “오랜만에 작품 이야기를 하는 게 기분 좋다. 촬영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옛날 기억도 새록새록 난다. (웃음)” <화려한 샐러리맨>의 월급쟁이 소피가 그렇듯이 올해 탕웨이는 진정한 워커홀릭이자 팔색조였다.

-올해는 출연작이 무척 많다.

=햇수로 따지면 2009년부터 올해까지 7년 동안 작업한 작품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꺼번에 개봉을 하게 됐다. <몬스터 헌트>는 우리 집안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라 뭘 도와줄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잠깐 출연하게 됐고, <세 도시 이야기>는 이미 개봉했어야 했는데 여러 이유 때문에 <화려한 샐러리맨>과 비슷한 시기에 공개됐고. 어쨌거나 평소보다 일을 많이 한 것 같다.

-우선, <화려한 샐러리맨>은 두기봉 감독과의 첫 작업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물리적인 출연 비중만 보면 주연은 아니다. 하지만 두기봉 감독, 장숙평 미술감독, 시나리오를 쓴 배우 장애가씨 등 훌륭한 분들이 많이 모였는데 어떻게 거절을 할 수 있겠는가. 특히, 많은 사람들이 주윤발씨와 한 작품에 출연한 것을 부러워 했다. 그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딱 한 장면뿐인데도 뿌듯했다. 많은 선배들 덕분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작업이었다.

-당신이 연기한 소피는 워커홀릭 월급쟁이다.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는데 월급쟁이의 삶이 이해가 되던가.

=이 영화의 원작 연극 제목이 <화려한 샐러리맨의 생활과 생존>이다. 그 연극에서도 장애가씨가 주연을 맡았고, 소피는 아주 작은 역할이다. 모든 사람들이 생존하기 위해 살아간다. 그 점에서 월급쟁이나 나나 똑같다.

-영화에서 춤과 노래, 그러니까 뮤지컬을 소화한 건 처음이다. <화려한 샐러리맨> 촬영 전, 어떻게 준비했나.

=영화에서 함께 노래를 불러야 하는 진혁신씨가 중화권에서 알아주는 가수이지 않나. 아무리 잘해도 그분처럼 노래를 잘하긴 힘드니 소피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자고 목표를 세웠다. 춤은 어릴 때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다른 출연 배우들과 함께 안무 수업을 받으며 준비했다. 사실 어머니가 중국 저장성에서 유명한 경극 배우 출신이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를 이 영화를 통해 어떻게 발휘할까 싶었는데 다행히 음악이라는 신세계에 눈을 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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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기봉 사단의 일원이기도 한 유청운과 함께 출연한 <세 도시 이야기>는 중일전쟁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다.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당신이 맡은 유에롱은 어떤 여성으로 다가왔나.

=강인함과 특별함을 모두 갖춘 여자, 사랑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걸 수 있는 여자. 사실 장완정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면서 두기봉 감독님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분 모두 홍콩영화의 산증인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두기봉 감독님은 큰형님 스타일이다.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따라야 한다는 카리스마를 발휘하시다가도 배우들이 밥을 잘 챙겨먹는지까지 확인하는, 자상함까지 갖춘 분이다. 반면 장완정 감독님은 눈이 반짝반짝하고, 꿈 많은 소녀 같다. 공주와 왕자의 사랑 이야기를 꿈꾸시는데, <세 도시 이야기>가 딱 왕자와 공주의 러브 스토리이지 않나. (웃음)

-애니메이션 <몬스터 헌트>에서는 아주 잠깐 출연한다. 어떤 인연으로 출연하게 됐나.

=내 회사가 제작에 참여한 애니메이션이다. 집안일이라 도와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아주 잠깐 출연하게 됐다.

-<온리 유>(10월15일 국내 개봉)에서 연기한 팡유안은 운명의 사랑을 찾기 위해 약혼자를 두고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는 여자인데,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결혼반지를 내보이며) 남편이 운명이다. (일동 폭소) 김(태용) 감독님도 나를 운명이라고 생각하신다.

-이탈리아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했는데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나.

=(스마트폰을 꺼내며) 정확한 지명은 생각나지 않지만, 한적한 시골이었다. (사진을 보여주며) 이곳이 촬영장에서 숙소까지 이어진 길인데 큰 나무를 찍으려고 카메라를 꺼냈는데 갑자기 말 한 마리가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 게 아닌가. 이런 곳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참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할리우드영화 <블랙코드>에서 마이클 만 감독과도 작업했다. 어땠나.

=와우, 나 정말 영화 많이 찍었구나. (웃음) 지난해 <황금시대> 촬영장에서 마이클 만 감독을 처음 만났다. 우리가 함께 작업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삶이 어떻게 달라졌나.

=(다시 결혼반지를 내보이며) 반지를 꼭 끼고 다닌다. (웃음) 사실 영화 촬영 때문에 남편과 함께 보낸 시간이 아직은 많지 않다. 가장 오래 붙어 있었던 시간이 지난번 서울에서 보낸 60일이다.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 남편한테 미안한 마음도 크다. 그럼에도 연기 생활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셔서 고맙다. 우리는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격려하는 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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