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SF 장르와 스릴러의 만남 <더 폰>
2015-10-21
글 : 김현수

잘나가는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 고동호(손현주)는 최근 이직을 결정하고 직원들과 마지막 회식 자리를 갖는다. 그런데 사실 이날은 아내 연수(엄지원)와 저녁을 먹기로 한 날이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동호는 평소와 달리 아내의 전화를 무시한다. 그날따라 온갖 잡다한 일을 겪은 연수는 집에 들어와 혼자 저녁을 차리다가 몰래 침입한 괴한으로부터 봉변을 당한다. 그로부터 1년 뒤, 아내를 잃고 폐인처럼 살아가던 동호에게 죽은 아내의 전화가 걸려온다. 바로 아내가 죽은 1년 전 그날의 상황이 다시 반복되고 있었던 것. 동호는 아직 괴한으로부터 봉변을 당하기 전의 아내와 통화하면서 사건을 막기 위해 과거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러자 그 영향으로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도 조금씩 달라지는 걸 깨닫는다. 아내가 괴한과 마주치지 않으면 아내도 살리고 현실도 제대로 돌아갈 거라고 판단한 동호는 끝내 범인까지 추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더 폰>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SF 장르의 설정을 스릴러에 접목시킨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태양의 흑점이 폭발하면서 전 지구의 통신망이 영향을 받는 사이에 불가사의하게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설정을 심어둔 것. 이와 같은 판타지 요소가 극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교묘하게 설득력을 지닌다는 점은 <더 폰>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다. 1년 전의 과거와 현재 시점에서 교차로 진행되는 편집도 비교적 잘 정돈되어 있다.

무엇보다 최근 스릴러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배우 손현주가 마치 한국형 리암 니슨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몸을 사리지 않고 열연을 펼쳤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가 서울 시내 종로 뒷골목과 시청 광장, 청계천 주변 등을 몸소 뛰고 구르면서 만들어낸 추격 장면의 완성도가 좋다. <더 폰>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봉주 감독은 <거북이 달린다>(2009), <황해>(2010), <시체가 돌아왔다>(2012) 등의 영화에서 연출부와 조감독 등을 맡으며 경력을 쌓은 인물로, 실제 완성된 영화에서도 나홍진 감독의 연출 현장을 곁에서 가깝게 지켜봤던 과거 이력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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