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현 언론의 세태를 풍자한 블랙코미디 <특종: 량첸살인기>
2015-10-21
글 : 이주현

아내 수진(이하나)과는 이혼 위기, 광고주 비판 기사를 썼다가 직장에선 해고위기에 몰린 CNBS 사회부 기자 허무혁(조정석). 엉망인 현재의 상황을 단번에 뒤집을 특종을 꿈꾸던 그는 일전에 걸려온 제보전화에 의지해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한다. 그리고 특종을 터뜨린다. “28개월 동안 무려 7명이 살해당한 연쇄살인사건, 아무런 증거도 단서도 없어 경찰의 수사력까지 도마에 올랐던 이번 사건의 범인 자필 메모가 입수됐습니다.” 하지만 보도가 전파를 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허무혁은 자신의 특종이 엄청난 오보임을 알게 된다. 연쇄살인범의 자필 메모가 소설 <량첸살인기>의 한 구절이란 것을 알게 된 허무혁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고 꾀를 부려보지만 상황은 더 복잡하게 꼬여간다. 후속 보도를 바라는 보도국, 제보자를 밝히라는 경찰, 진실을 알고 있다는 사람이 등장해 허무혁을 압박하는 가운데, 허무혁의 보도대로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일이 발생한다.

<특종: 량첸살인기>는 시청자의 알 권리가 선정적 보도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 언론의 세태를 풍자한 블랙코미디다.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고, 진실로 둔갑한 거짓이 확대•재생산되는 과정을 비양심적 개인, 비윤리적 기업, 무능력한 공권력의 우스꽝스런 행태로 보여준다. 거기에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스릴러영화의 문법이 자연스레 녹아들면서 긴장감과 속도감이 넘치는 영화로 탄생했다. 조정석, 배성우, 김대명, 김의성, 김민재 등 배우들의 맹활약이 조금은 억지스런 상황 설정들을 눈감아주게 만든다. <연애의 온도>(2012)를 만든 노덕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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