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말쑥한 얼굴 뒤에 도사린 괴물 <라이엇 클럽>
2015-10-21
글 : 이예지

최고의 명문 옥스퍼드 대학에는 비밀스러운 모임이 있다. 상류층 자제들이 향락을 즐기는 회원제 모임 라이엇 클럽이 그것. 클럽 회원들은 사회 요직에 오르기 전에 즐길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모토로 쾌락을 좇고 방종을 일삼는다. 라이엇 클럽은 신입생 알리스터와 마일즈 두명의 신입회원을 받는다. 그러나 빈곤층과 중산층을 혐오하는 극우파 알리스터(샘 클라플린)와 자유로운 성향이며 평범한 여학생을 사귀는 마일즈(맥스 아이언스)는 사사건건 대립한다. 만찬회 날, 교외의 한 레스토랑을 찾은 클럽 회원들은 자유와 방종을 좇던 중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 만다.

‘금수저’ 청년들의 흥미진진한 가십으로 가득한 캠퍼스 라이프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라이엇 클럽>은 속물 그 이상, 말쑥한 얼굴 뒤에 도사린 괴물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최상류층에서 나고 자란 엘리트들이 어떤 괴물이 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옥스퍼드의 경관과 라이엇 클럽의 소개 그리고 신입생 두명의 입회를 빠른 템포로 보여준 후엔, 오로지 사건이 벌어진 만찬회 당일의 정경에만 주력한다. 마치 그 모든 팬시한 묘사는 이 추악함을 드러내기 위한 밑바탕이었다는 듯 만찬회의 끝은 잔혹하다. 단순하나 인간 군상의 추악함을 집요하게 들춰내기엔 유리한 구조다. 두 캐릭터가 대립하며 서사를 이끌지만, 영화는 권선징악의 구도로 쉽게 드라마타이즈되지 않는다. 오히려 냉소와 방관의 포즈로 선택지를 비껴나가며 이 현실이 계속되리라는 씁쓸함만을 안긴다. 긴 만찬회에 비해 서두른 마무리가 아쉽지만, 익숙한 기대를 반전시키는 패기가 불쾌하면서도 반가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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