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생선인간이 된 박구 <돌연변이>
2015-10-21
글 : 김성훈

20대 청년 박구(이광수)의 꿈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하지만 번듯한 직장도 없는 그에게 평범한 삶은 멀고 먼 꿈이다. 박구가 한 제약회사의 생체실험에 응하지만 않았더라면 적어도 남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약을 먹고 잠만 자면 30만원을 준다는 제약회사의 아르바이트 모집을 보고 참여했다가 약의 부작용 때문에 생선인간이 됐기 때문이다. 생선인간이 된 전 남자친구를 팔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싶은 주진(박보영)은 기자인 상원(이천희)에게 박구를 제보한다. 상원은 방송사의 파업 때문에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입사한 비정규직 기자다. 상원은 카메라를 들고 박구를 따라다닌다. 자신의 신체를 담보로 ‘알바’를 하다가 졸지에 생선인간이 된 박구는 위기에 내몰린 청년실업 세대로 대변되면서 사회적으로 화제가 된다.

<돌연변이>는 박구를 통해 젊은 세대들이 더이상 설 곳 없는 현재 한국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작품이다. 30만원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날릴 위기에 처한 영화 속 젊은 세대들을 보는 건 무척 씁쓸하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8kg 무게에 달하는 생선 머리를 쓰고 등장하는 이광수의 연기가 꽤 슬프고,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다. 영화는 20대 청년뿐만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이미지를 관리하는 인권 변호사(김희원), 40, 50대의 불안감을 대변하는 박구의 아버지(장광) 역시 이 시대의 ‘돌연변이’임을 강조한다. <돌연변이>는 제66회 칸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 <세이프>의 각본을 쓴 권오광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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