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2015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디판>
2015-10-21
글 : 김소희 (영화평론가)

내전 중인 스리랑카. 생면부지의 남녀와 부모를 잃은 고아 한명이 가족 행세를 한다. 스리랑카를 떠나기 위해서는 여권이 필요한데 그들이 입수한 여권은 6개월 전 사망한 가족의 것이다. 그들은 각각 35살 디판, 24살 얄리니, 9살 일라얄이 되어 프랑스로 망명한다. 불법 노점상을 하던 디판은 고용국의 승인을 얻어 르프레 지방의 허름하고 낡은 아파트에 기거하며 관리인 노릇을 한다. 총 8개 동으로 나뉜 아파트 중 D동의 분위기가 수상하다. 안내자 유수프도 D동에 대해서만은 7시부터 11시까지만 출입하라고 특별히 주의를 준다. 어느 날 밤 창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오토바이의 굉음과 고성방가가 난무하는 창밖 건너의 풍경은 무법지대 같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감 속에서 세 사람은 하루하루 살아간다.

<예언자> <러스트 앤 본>의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신작이다. 자크 오디아르는 늘 하층민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삼아왔다. 그가 그리는 하층민의 특징은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이들인데 그런 면에서 그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넓은 의미의 이민자다. 그러므로 그가 <디판>에서 본격적으로 이민자의 삶을 다룬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프랑스로 망명한 뒤 디판의 첫 모습은 자신이 판매하는 반짝이는 형광 머리띠를 낀 채 거리를 헤매는 모습이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슬픈 풍경은 그가 맞게 될 프렌치 드림의 허약함을 예고한다. 프랑스어가 서툰 이들의 프랑스 적응기는 어쩔 수 없이 맨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하층민의 상황을 대변한다. 2015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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