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 셔틀콕> 全力扣殺
감독•각본 곽자건, 황지형 / 촬영 관지요 / 음악 하타노 유스케 / 편집 허위걸 / 출연 정이건, 하초의, 정중기, 사군호, 양한문, 임민총, 유호룡 / 수입•배급 싸이더스 / 제작연도 2015년 / 상영시간 107분 / 등급 12세 관람가
라우단(정이건)은 악명 높은 은행강도였지만 지금은 동네 한량으로 소일하며 지낸다. 라우단은 출소 후 마음잡고 새 삶을 살아보려 배드민턴 클럽을 결성하고 신입단원을 찾아다닌다. 어느 날 배드민턴 천재였지만 과격한 성정을 이기지 못하고 폭력을 휘둘러 배드민턴계에서 추방된 가우사우(하초의)가 이들의 연습장을 방문하고 엉겁결에 이들의 코치를 맡게 된다. 주변의 조롱과 멸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배드민턴의 꿈을 불태우는 이들은 급기야 대회에 출전하기로 결심한다.
케이블TV 시장에서 유난히 잘 먹히는 장르들이 있다. 코미디도 그중 하나다. 가볍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겠지만 의외로 괜찮은 결과물을 접하긴 어렵다. 주의를 환기하는 건 쉽지만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장르가 또 코미디다. <소림 셔틀콕>은 의도와 목적이 뻔뻔하리만치 노골적인 영화다. 사실상 무협과 아무런 상관이 없음에도 굳이 ‘소림’이란 수식어를 붙인 제목부터 그렇다. 만약 당신이 주성치식의 엇박자 개그와 슬립스틱 액션을 기대한다면 단언컨대 이 영화는 당신의 기대를 배신할 것이다. 왜냐하면 <소림축구>(2001)의 구성과 의도를 그대로 답습하지만 전부 한끗 모자라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런 장르의 영화에서 으레 기대하게 되는 황당무계한 배드민턴 액션도 없다. 개그 코드 역시 가벼운 말장난과 지저분한 슬립스틱이 과도하게 난무해 보기에 따라선 불편할 정도다.
대신 영화는 의외의 지점에서 매력을 발한다. 몰락한 천재, 외팔이 승부사, 더티 플레이어, 대책 없이 낙관적인 사부 등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과장된 액션을 포기한 대신 인물 각자의 사연을 나름 깔끔하게 정돈한다. 사회로부터 내몰린 루저들이 스포츠를 통해 자존감을 되찾는 이야기는 진부한 설정이지만 때론 그래서 정공법이 유효할 때도 있다. <소림 셔틀콕>은 B급 정서와 코미디를 표방하지만 의외로 중심이 되는 드라마가 더 탄탄한 영화다. 인물들이 각자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을 차분히 따라가는데 그 호흡이 나쁘지 않다. ‘아름다운 패자들을 위하여’라는 문구에 충실한, 진득한 성장드라마다. 경고하건대 잘 만든 코미디는 아니다. 화려한 눈요깃거리도 없다. 만듦새마저 조악한 지점이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소림’이라는 포장에 낚이지만 않는다면 좀더 솔직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