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 고운 앙리를 보고 있으면 관객의 마음에도 어느덧 하나둘씩 긍정의 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마르탱 탈보 감독의 장편 데뷔작 <앙리 앙리>(2014)는 순수한 주인공의 영향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을 맞는 현대적인 동화다. 전구 고치는 데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긍정적인 주인공 앙리, 괴팍한 피클 장인, 손금을 읽는 시각장애인 극장 매표원, 대가족을 거느린 남자 등 인물들이 이뤄가는 캐릭터 플레이도 흥미롭다. 마르탱 탈보 감독에게 앙리의 여정에 관해 궁금했던 점을 서면으로 물었다. 감독은 멀리 프랑스에서 따뜻하고 자상한 답장을 보내왔다.
-빛을 만들어내는 주인공은 어떻게 떠올렸나.
=어느 노동자들을 촬영한 다큐멘터리에서 전구 교체 작업을 하는 남자를 보았다. 밤에만 일하기에 아무도 그의 존재를 모르지만 사람들의 삶에 빛을 가져다주는 그의 작업이 내겐 근사해 보였다.
-프로덕션 디자인은 마치 앙리의 눈에 비치는 세계를 시청각화한 것처럼 아기자기하다. 영화의 전체적인 무드를 만드는 데 있어 아트디렉터 마리 클로드 고슬린, 음악감독 파트리크 라부아와는 어떤 의견을 나눴나.
=앙리의 눈에 비치는 세상은 어린이의 눈에 비치는 세상이다. 순수와 긍정으로 가득 차 있다. 불확실하고 외로운 시간을 보냈던 앙리에게 우울한 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앙리는 항상 긍정과 희망을 품고 있다. 마리 클로드 고슬린과 나는 빛으로 가득 찬 풍부한 색감으로부터 행복이 전해지는 1960년대풍 디자인을 추구했다. 자크 드미의 <로슈포르의 연인들>(1967)처럼 말이다. 파트리크 라부아는 색채감이 느껴지는 오케스트라를 작업해주었다. 파트리크는 무려 14개의 악기를 직접 연주하기까지 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웃음)
-모두가 행복해지는 해피엔딩을 선택했다. 환상적이고 긍정적인 결말에 대한 연출자로서의 답이 궁금하다.
=난 낙관론자이며 항상 밝은 부분을 먼저 보려고 노력하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앙리 앙리>는 앙리의 본성이 낙관적이기에 동화적인 해피엔딩을 맞는 쪽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난 이야기꾼이다. 항상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슬프고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약간의 빛이나 부드러움이 우리 마음에 따뜻함을 전한다고 믿는다. 대중이 내 영화를 보는 순간만이라도 웃는다면 그때만큼은 그들의 삶이 바뀐 거라 생각하고, 그러길 바란다.
-당신이 영화감독이 되도록 영향을 준 작품이나 작가가 있나. 혹은 다른 어떤 것이라도.
=자크 드미의 <쉘부르의 우산>(1964), 팀 버튼의 <가위손>(1990), 웨스 앤더슨의 <로얄 테넌바움>(2001)이다. 그 영화들의 화려한 색감과 작가들이 혼돈을 영화적으로 다루는 방식을 정말 좋아한다.
-이후엔 어떤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나.
=비행기 사고로 행방불명된 아빠를 그리는 소년 폴로의 이야기 <달 위의 사람들>(Polo dans la Lune, 가제)이다. 폴로는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달의 지질학자인 아빠가 달에 착륙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고 믿고, 자신을 위로해주는 상상의 친구를 만든다. 그리고 그 친구와 아빠를 구하기 위한 우주선을 만들기 시작한다(제작비 문제를 차치하고도!). ‘도전’이라 부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이 영화 역시 판타지로 가득한 영화라는 거다. 소년의 시각으로 이 영화를 완성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