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다이노>는 <인사이드 아웃>을 보며 흘렸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연이어 공개되는 디즈니 픽사의 16번째 작품이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올 11월에 개봉이 예정되어 있어(한국 개봉 2016년 1월7일) 픽사로서는 한해에 2편의 영화를 개봉시키는 최초의 사례로 기록되기도 할 것이다. 개봉 시기야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굿 다이노>의 프로덕션 이미지 스케일은 개봉 시기와 영화의 완성도가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강조하는 듯 보인다. 15분 분량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최초로 공개한 <굿 다이노>의 홍콩 프레젠테이션 행사도, 스튜디오가 이 영화에 얼마나 총력을 기울였는지를 증명해 보이는 시간이었다.
지난 9월25일 홍콩 침사추이에 위치한 UA 아이스퀘어 시네마 아이맥스관에 300여명의 전세계 미디어 관계자들이 <굿 다이노>의 최초 공개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모였다. 이날 발표를 맡은 픽사의 짐 모리스 대표는 지금껏 픽사가 작업해온 영화들을 다시 소개하면서 “올해는 2편의 영화를 소개하게 됐는데 그중 하나가 <굿 다이노>여서 감격스럽다”는 소회를 밝히며 궁금증을 자아냈다.
<굿 다이노>는 만약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지금 지구는 어떤 모습이며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라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무한한 상상력을 동원해 우리의 잃어버린 감성을 되찾아주는 픽사 특유의 마법 같은 영화적 시선이 이번엔 대자연에 주목한다. 새롭게 재탄생한 픽사의 지구에서 아파토사우루스 알로(레이먼드 오초아)와 원시인 꼬마 스팟(잭 브라이트)은 흥미진진한 모험의 세계에 뛰어든다. 자연 재해 때문에 사랑하는 아빠를 눈앞에서 잃고 만 알로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마저 잃게 된다. 겁도 많고 소극적인 알로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숲속을 누비다 대책 없이 활달한 소년 스팟을 만난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마음이 통한 스팟과 알로는 함께 집으로 향하던 중 티렉스 트리오를 비롯해 다양한 공룡, 동물들을 만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굿 다이노>는 연출을 맡은 피터 손 감독에 앞서 스튜디오 내에서 여러 감독의 손길을 거치며 오랫동안 진행됐던 프로젝트였다. 그런 와중에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존 래세터와 리 언크리치 감독, <해리포터> <스타워즈> 시리즈의 시각효과를 담당했던 데니스 리암 등이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아카데미 수상 작곡가 마이클, 제프 다나 형제가 음악을 맡아 피터 손 감독과 최고의 팀워크를 이뤄냈다”는 것이 짐 모리스 대표의 설명이다.
앞서도 이야기했듯, 영화의 주요 배경이 광활하게 펼쳐지는 대자연이기 때문에 짐 모리스 대표는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그동안의 픽사 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스케일의 이미지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것의 핵심은 기술적인 표현의 확장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처음으로 공개된 영상은 공룡들이 살아가는 숲속에 비가 내리는 장면이었다. 나뭇잎을 때리며 땅으로 굴러 떨어지는 빗방울이 전해주는 미세한 소리의 떨림까지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영화 초반에 폭우로 계곡물이 불어나 알로가 휩쓸려가는 장면에서도 기술적인 완성도에 대한 픽사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아마도 픽사 영화를 통틀어 가장 많은 구름이 등장하는 영화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품게 한다. 피터 손 감독은 미국 북서부 지역에서 영감을 얻어 와이오밍, 오리건주 등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배경으로 디자인했다. 2~3분가량 편집된 장면만을 연이어 본 탓에 그 스케일을 충분히 느끼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탁 트인 자연경관의 시각적 만족도는 <굿 다이노>를 기대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러한 기술적인 완성도와 더불어 공룡과 인간이 교감을 나누는 이야기가 어떤 주제로 펼쳐질지도 궁금하다. 그에 대한 대답은 뒤이어 공개된 캐릭터 소개 영상에서 힌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알로는 아빠를 잃고 상실감에 젖어 있는 상황에서 스팟을 만난다. 언어를 통해 사고를 표현하는 알로와 달리 스팟은 언어를 쓰지 않는 원시 상태의 아이다. 알로는 스팟에게 자신이 아빠를 잃어 슬픈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시키고 싶어 한다. 이 상황에서 둘이 손짓과 발짓, 도구를 이용해 서로의 감정을 전달하는 장면이 펼쳐지는데 가히 명불허전이다. 구체적으로 묘사하기엔 스포일러가 될 듯하다. ‘역시 픽사!’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감동적이다.
둘은 서로의 상실감을 공유하며 그렇게 친구가 되고 알로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픽사의 많은 영화들이 그렇듯이 <굿 다이노> 역시 집을 떠나게 된 주인공들이 상실과 방황, 모험을 통해 성장하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알로와 스팟의 관계가 마치 인간과 반려견의 관계처럼 묘사된다는 것. 걷지 못해 네발로 뛰는데도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해 날뛰는 스팟과 행여 그가 다치지 않을지 전전긍긍하는 알로는 최고의 콤비로 성장한다. 마지막으로 진지하거나 감동적인 주인공 콤비의 관계와 함께 <굿 다이노>의 코미디를 담당할 친구들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다. 피터 손 감독이 “카우보이에서 이미지를 따왔다”고 이야기한 티렉스 삼총사가 그 주인공이다. 무서움을 잘 타는 버치(샘 엘리엇), 램지(안나 파킨), 내시(A. J. 버클리)는 알로와 스팟의 집 찾기 여정에서 웃음폭탄을 안겨줄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준다.
피터 손 감독은 <굿 다이노>에 대한 연출 소회를 처음 은하수를 올려다봤을 때 들었던 감정에 비유한다. “자연을 이길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자연을 통해 길을 찾을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굿 다이노>를 통해 디즈니 픽사 스튜디오가 전세계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알로와 스팟의 최종 목적지는 과연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