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5 <아가씨> 2015 <검은 사제들> 2015 <스틸 플라워> 2014 <들꽃>
<들꽃>의 오디션 현장. 박석영 감독은 정하담에게 <들꽃>의 하담이 돼, 가출 소녀들인 하담과 은수(권은수)가 어렵게 모은 돈을 말없이 들고 나간 수향(조수향)의 뺨을 때려보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하담의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그녀는 “사람을 때려본 적이 없다. 도저히 누굴 때린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극중 하담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다. 상대방을 살짝 치기만 했는데도 그 느낌이 너무 이상해 결국 눈물이 났다”고 이유를 전했다. 연기 경력이 전무한 신인배우라면 어떻게든 오디션 과제에 집중해 합격부터 하고 싶었을 거다. 하지만 정하담은 생각에 앞서 감정이 이끄는 대로 반응했다. 철저히 계획된 기술적인 연기와는 한참 거리가 먼, 거의 본능에 가까운 정하담의 리액션이었다. 그런 정하담이 “이상하게도 마음에 걸렸던” 박석영 감독은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오디션을 진행했고 그때마다 정하담은 한결같았다. “연기 안에 거짓이 없다. 거짓말을 하는 걸 되게 어려워하는 사람이다”라는 게 박석영 감독이 말하는 배우 정하담이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들꽃>의 하담이 비슷한 처지의 또래 언니들을 만나 몸과 마음의 온기를 나눠가는 과정을 정하담은 오롯이 제 안으로 받아들였다.
-가출 청소년들 이야기인 <들꽃>의 하담을 이해하기 위해 촬영 전 혼자 극중 하담의 남루한 옷을 입고 노숙까지 했다고 들었다.
=서울역에도 가보고 촬영장소인 아현동 철거촌에 가서 자기도 했다. 하담을 계속 생각할 수 있게끔 하담이 처한 상황을 만들어가고 싶었다. 연기 경험이 없는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컸던 것도 있었다.
-열여섯살인 극중 하담은 어떤 아이인가.
=하담은 거짓말에 익숙해 보이기도 한다. 수향이나 은수보다도 가출팸(가출 청소년들이 모여 방을 빌려 가족처럼 함께 생활한다)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됐을 거다. 게다가 임신까지 했으니. 하담을 준비하며 실제로 청소년 상담소에 전화해 하담 같은 상황이라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봤다. 근데 상담사분이 지금 어디냐, 만나자, 고 해서 당황했다. (웃음)
-<들꽃>에 이어 박석영 감독의 <스틸 플라워>에서도 혼자 철거촌에서 살며 일을 구하는 스물두살 하담 역을 맡았다.
=<들꽃>의 연장선상에 있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하담이다. <들꽃>의 하담보다는 <스틸 플라워>의 하담이 훨씬 더 신념이 강하고 생각도 확실하다. 그래서인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하담이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배우로 성장하고 싶나.
=<들꽃> <스틸 플라워>를 본 사람들 중에는 하담이 어딘가 모자란 아이가 아니냐고 묻는다. 정말 속상했다. (눈물을 보이며) 누가 내 동생 욕하면 화나듯이 실제로 극중 하담들을 지금도 좋아한다. 내가 연기한 역할들을 사랑하고 싶고 그럴 수 있는 인물들을 계속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