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단조로움 끝에 만나는 가족의 따뜻한 연대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
2015-11-04
글 : 문동명 (객원기자)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떨어져 지낸 미사키(나가사쿠 히로미). 아버지가 8년 전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고향 노토에 온다. 인적이 드문 해안가 마을에서 그녀는 요다카 카페를 열어 묵묵히 아버지를 기다린다. 이웃에는 싱글맘 에리코(사사키 노조미)가 딸 아리사(사쿠라다 히요리), 아들 쇼타와 함께 산다. 제 몸 하나 건사하기 어려운 에리코가 방황하는 사이 두 아이는 급식비를 못 내 친구들의 놀림감이 된다. 미사키는 에리코의 가족에게 손을 내밀지만, 에리코는 차갑게 외면한다. 기댈 곳이 없는 아리사와 쇼타는 미사키의 카페에서 일해 급식비를 마련하고, 아리사는 카페 이름 요다카의 의미를 찾아 미사키의 그리움을 헤아리고자 한다.

일본영화 특유의 적적함과 커피라는 아이템이 대표하는 여유로움은, 대만 출신 감독 치앙시우청이 일본으로 건너 가 만든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의 뼈대를 이루는 무드다. 미사키는 아버지의 창고를 꾸려 아담한 카페를 만들고, 에리코와 그 아이들은 평소처럼 쓸쓸하게 일상을 보낸다. 잔잔한 파도 소리가 감싸는 바닷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사건은 마음을 굳게 닫았던 에리코의 가족이 미사키의 가게에서 일하며 점차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이 전부라 할 만하다. 인물들의 감정이 서서히 차오르지만 영화의 분위기를 전환할 만큼 도드라지는 법이 없다. 커피를 만드는 과정이 소상히 기록되거나 그 맛을 전달하는 대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단조로움의 연속 끝에 만나는 미사키와 에리코 가족의 따뜻한 연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순임에도 꽤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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