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people] 관계의 소중함을 담고 싶었다
2015-11-05
글 : 이주현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 치앙시우청 감독
치앙시우청 감독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잔>은 실종된 아버지를 기다리며 커피가게를 연 미사키(나가사쿠 히로미)와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싱글맘 에리코(사사키 노조미)가 서로를 버팀목 삼아 살아가는 이야기다. 일본의 여느 슬로무비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연출한 이는 <아이 차오>(2008), <바람이 나를 데려다 주리라> (2010) 등을 연출했고 에드워드 양과 허우샤오시엔의 제자이기도 한 대만의 치앙시우청 감독.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날 연출 제의를 받은 감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사람들의 마음을 위무하고, 이 세계에 고요한 힘을 줄 수 있는 따뜻한 작품을 찍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치앙시우청 감독과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대만, 일본, 한국의 합작영화다. 어떻게 시작된 프로젝트인가.

=일본 도에이 영화사의 프로듀서 오오쿠보 다다유키로부터 “이 이야기는 두 여성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마음이 편해지는 부드러운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나 역시 일본의 스탭들과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결정적 계기는 동일본대지진이었다. 오오쿠보 프로듀서가 대만까지 찾아와 이 영화를 함께하고 싶다고 이야기한 날이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2011년 3월11일이었다. ‘일본을 위해 무언가 힘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3월11일,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야기는 어떻게 구상했나.

=도쿄에서 고향 이사카와현 노토반도의 스즈시로 돌아와 카페를 연 커피 로스터 니자미 요코의 이야기를 오오쿠보 프로듀서가 잡지에서 읽은 게 시작이었다. 연출 제안을 받았을 땐 대본의 틀이 어느 정도 짜여 있는 상황이었고, 일본 각본가에게 의뢰해 본격적으로 시나리오 집필을 시작한 것은 좀더 나중의 일이다. 완성된 초고를 읽고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니자미 요코가 있는 스즈를 방문했다. 도쿄에서 스즈까지의 거리를 느껴보고 싶어 혼자서 그녀를 만나러 갔다. 그녀가 운영하는 ‘니자미 커피’에도 들렀다.

-미사키가 에리코의 딸에게 앞치마를 매주는 장면처럼 여성들의 유대와 연대를 보여주는 세심한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가족’이라는 최소단위의 관계마저 무너져가는 현대사회에서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것의 기쁨을 그려내는 게 큰 의미를 갖는다고 확신하며 작업했다. 사람과 사람의 교류, 관계의 소중함을 영화에 담고자 했다.

-미사키가 보트하우스에 차린 ‘요다카 커피’ 가게는 영화를 위해 제작한 세트인 것으로 안다. 요다카 커피 가게를 어떤 공간으로 표현하고 싶었나.

=스즈시 목수들의 힘을 빌려 만든 ‘보트하우스 세트’는 새것과 옛것의 조화를 우선으로 생각해 제작했다. 벽은 니자미 커피와 같은 회반죽을 사용해 만들었고, 실내에도 빈티지 가구를 들여 오래 머물고 싶은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30년 전의 보트하우스’→ ‘30년 후 낡은 현재의 보트하우스’→ ‘개조 중인 보트하우스’→‘요다카 커피로 탈바꿈한 보트하우스’까지 변신 과정을 4단계에 걸쳐 찍었고, 개조 작업에는 약 3일이 소요됐다.

-노토반도에 가면 요다카 커피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나.

=노토반도엔 요다카 커피가 없다. (웃음) 대신 인근에 니자미 요코의 ‘니자미 커피’가 있다. 도쿄 시부야에 나가사쿠 히로미가 연 ‘요다카 커피’도 있다.

-에드워드 양, 허우샤오시엔 감독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

=에드워드 양 감독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영화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 뒤 감독님의 다음 작품인 <독립시대> (1994)에 각본가로 참여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그 경력을 시작으로 허우샤오시엔 감독님의 작품에도 소개를 받아 조감독으로 참여하게 됐다. 카메라앵글에서 허우샤오시엔 감독님의 작품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아마도 그에게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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