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발리우드를 지켜보면 몇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먼저 많은 할리우드영화가 개봉되고 있지만 샤룩 칸, 아미르 칸, 살만 칸의 3대 칸을 필두로 한 발리우드 흥행 전선에는 이상이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즈란기 바이잔>의 살만 칸이 있다. 두 번째로는 3대 칸의 아성을 넘어서는 배우와 흥행작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베이비>의 악샤이 쿠마르, <바들라푸르>의 바룬 다완이 기존의 발리우드와 차별화된 작품과 연기로 눈길을 끌었고, 블록버스터와 작품성 있는 영화를 오가며 주가를 높인 여배우 디피카 파두콘의 활약도 돋보였지만 이들과 3대 칸의 흥행 수준의 차이는 상당했다. 마지막으로 눈길을 끈 것은 발리우드의 세계화다. 자국 영화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상영관은 수요 대비 공급이 모자란 상황이고, 치열한 경쟁 속에 자국 시장뿐 아니라 해외 박스오피스 성적 또한 매우 중요해졌다. 그렇기에 과거 발리우드 하면 떠올랐던 특유의 ‘마살라’에 집착하지 않는, 보다 보편적인 관객의 취향에 부합하는 영화들이 다수 눈에 띄게 되었다.
한편, 연말 시즌을 앞둔 요즘 인도 극장가는 마치 힘 모으기라도 하듯 다소 잠잠한 편이다. 이런 와중에 2011년 <프야르 카 펀치나마>의 속편인 <프야르 카 펀치나마2>가 관객의 입소문 속에 선전하고 있는데, 이 영화는 유명 배우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프야르 카 펀치나마>는 우리말로 ‘사랑 이후’라는 뜻이다. 영화는 한집에 사는 룸메이트로 절친한 세 친구가 각기 다른 여성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고고는 우연히 본 치쿠에게 반하고, 초카는 친척의 결혼식에서 수프리야를 만나 사랑에 빠지며, 타쿠르 역시 헬스장에서 수쿰을 만난다. 하지만 사랑의 달콤함은 잠시, 관계가 진전되며 이들은 서로 갈등을 겪기 시작한다. 어떤 의미에서 남자배우들이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인도판 <싱글즈>(2003)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시종일관 톡톡 튀며 유쾌한 이 영화는 인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종교와 계급을 떠나 자유롭고 솔직한 사랑의 풍속도를 그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며, 인도영화로는 꽤 파격적인 장면도 담고 있다. 하지만 결국 그 허위를 꼬집는다는 점에서 여전히 보수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인도’다운 결말에 그치고 만다는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