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희망을 전파하는 사람들 <프리덤>
2015-11-18
글 : 이주현

‘놀라운 은혜, 나 같은 비참한 사람을 구해주셨네. 한때 길을 잃었으나 지금은 길을 찾았네.’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한국판 제목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의 첫 구절이다. <프리덤>은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작사가이자 노예해방 운동가 존 뉴턴 신부의 이야기와 그로부터 100년 뒤 자유를 위해 탈출을 시도하는 흑인 노예 가족의 이야기를 하나로 꿰어 보여준다. 1856년 미국 버지니아, 흑인 노예 사무엘(쿠바 구딩 주니어)은 가족과 함께 농장에서 도망친다. 노예들이 캐나다로 도망칠 수 있도록 돕는 미국 내 시민들의 비밀조직 ‘지하철도’가 사무엘 가족을 자유의 땅으로 이끌고, 농장 주인이 고용한 노예사냥꾼 플림튼(윌리엄 새들러) 일행이 그들의 뒤를 쫓는다. 한편 사무엘은 어머니로부터 100여년 전 노예선에 승선한 증조할아버지와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가사를 쓴 존 뉴턴(베르나르드 포처)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흑인들을 가득 싣고 뱃길을 떠난 노예선의 선장 존 뉴턴은 짐승만도 못한 대우를 받는 노예들의 현실과 폭풍우라는 현실적 위기 앞에서 처음으로 하나님의 소리를 듣게 된다. 하나님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사무엘 역시 종국엔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며 희망을 품게 된다.

<프리덤>은 흑인들의 팔과 다리에 쇠사슬을 채울 순 있었을지언정 그들의 “가슴속 희망에까지 쇠사슬을 묶을 순 없다”는 주제를 종교적으로 풀어내는 영화다. 죄를 짓고, 죄를 씻고, 구원받고, 희망을 전파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영화이기에, 보통 사람들의 잔인한 본성보다는 선한 사람들의 숭고한 행동에 초점을 맞춰 드라마를 구축한다. 그렇기에 당대 흑인 노예의 현실을 묘사한 <노예 12년>(2013)이나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2)보다 묘사의 잔인성은 덜하다. 영화가 강조하는 것은 “희망만이 우리의 전부”라는 메시지다. 하지만 교훈적이고 종교적인 색채가 짙어 보편적 자유와 보편적 희망 혹은 개인의 의지에 대한 조명은 뒤로 밀려나고 만다. <셀마>(2014),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2013) 등 흑인 인권에 관한 역사를 다룬 최근 영화들에 얼굴을 비춘 쿠바 구딩 주니어가 주인공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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