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의 고급 호텔 앞, 타이트한 검정색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처연하게 담배 연기를 뿜으며 서 있다. 뉴욕의 풋내기 작가 브라이언(안톤 옐친)은 길을 지나다 그 모습에 매혹된다. 그녀 아리엘(베레니스 말로에) 또한 눈으로 브라이언의 발걸음을 좇고 있던 차. 서로에게 반한 그들은 다음 만남을 약속한다. 첫 데이트 날, 키스까지 한 이후 아리엘은 태연하게 말한다. 자신에겐 남편과 두 자녀가 있다고. 하지만 프랑스에서 오후 5시부터 7시까지는 부부 모두 각자의 시간을 갖는 규칙이 있단다. 그렇게 프랑스 여자와 미국 남자의 하루 두 시간짜리 연애가 시작된다.
언뜻 암호 같은 제목의 의미는 영화 초반에 드러난다. 배우자의 합의하에 서로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는 두 시간. 이는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프랑스 문화를 상징한다. 팝음악과 샹송이 조화롭게 재생되는 가운데, 각각 미국과 프랑스식 사고에만 익숙한 남자와 여자는 상대방의 문화를 익히며 서로의 세계에 스며든다. 다른 문화권에 속한 남녀의 연애담은 이미 많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소재다. 이 영화는 제한된 시간, 배우자와 가족이 인정하는 외도 등의 설정을 더하며 나름의 독특한 로맨스를 이룬다. 영화 중간중간 등장하는 센트럴파크 벤치에 새겨진 문구들은 소주제처럼 영화를 나눈다. 그 내용은 아리엘을 향해 점점 커져가는 브라이언의 속마음을 대변한다. <007 스카이폴>(2012)의 본드걸로 할리우드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한 베레니스 말로에의 연기는 독특한 로맨스에 우아한 톤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