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첫 경험'을 위한 세 친구의 여행 <아스타 라 비스타>
2015-11-18
글 : 정지혜 (객원기자)

필립(로브레트 밴든 소렌), 라스(질리 드 크리지버), 요제프(톰 오데나에르). 잠자리 경험이 전무한 세 친구의 지상 최대 관심사는 여자와의 하룻밤이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찮다. 필립은 손발이 자유롭지 못하고 라스는 뇌종양으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요제프는 정도가 심한 시각장애인이다. 혈기 앞에 장애가 대수냐며 스페인에 있는 유명한 클럽으로 가자고 결의한다. 부모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자 이들은 결국 몰래 집을 빠져나와 미니버스 운전사 클로드(이자벨 드 헤르토그)의 차에 올라 국경을 넘는다.

신나게 떠났지만 여행길에 왜 고생이 없을까. 이들은 자신들의 장애를 끊임없이 상기하게 하는 순간들과 계속해서 마주친다. 호기롭게 클로드의 도움 따윈 필요 없다고 했지만 결국 자신들의 손발이 돼주고, 목숨까지 구해주는 클로드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갖게 된다. 또 이들은 아주 자연스레 친구들끼리 서로의 장애를 보완해간다. 맥주잔을 들어 필립의 입에 대주는 라스, 요제프에게 지나가는 여성의 몸매를 설명해주는 필립, 필립의 옷을 갈아입혀주려는 요제프. 여행은 우왕좌왕의 연속이고 마음속에는 화와 좌절감이 휘몰아치지만 그래도 함께 있으니 웃게 되고 잠시나마 따뜻한 기운을 얻는다. 영화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들의 성적 욕망을 받아들이고 몸과 마음의 변화를 깨닫는 과정을 그린다.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장애를 끌어오지 않고 장애인의 일상적인 고민을 격의 없이 담았다. 지질하지만 진득한 세 친구의 우정과 클로드의 듬직한 조력이 눈에 띄는 벨기에산 로드무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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