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의 한가운데에 네명의 잠수부들이 있다. 이들은 작은 잠수종에 몸을 싣고 200m 깊이의 바닷속으로 내려가 송유관을 보수하는 중이다. 그런데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중에 폭풍이 불어닥쳐 잠수종을 고립 상태에 빠트리고 만다. 시간이 갈수록 산소는 줄어들고, 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심해의 낮은 온도는 미첼(매튜 구드) 일행의 생명을 위험하게 만든다. 이들은 과연 무사히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광고와 뮤직비디오 등에서 경력을 쌓은 론 스캘펠로 감독의 두 번째 장편 <프레셔>는 제한된 공간을 무대로 해 극단적인 위기 상황을 묘사한 작품이다. 짧은 도입부를 제외하면 이야기의 무대는 심해의 작은 잠수종으로 옮겨가고, 이때부터 영화는 폐소공포를 일으킬 것 같은 숨 막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복잡한 플롯이나 화려한 특수효과 없이 기본 설정만으로도 강렬한 긴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테면 매 시간 줄어드는 산소의 양이나 기압의 변화가 신체에 가하는 고통 등은 관객에게 생생한 공포를 선사한다.
흥미로운 공간적 배경과 독특한 소재를 차근차근 풀어냈으면 <프레셔>는 인상적인 재난영화로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감독은 여기에 한 가지 설정을 추가한다. 죽음을 앞둔 잠수부들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서브플롯을 집어넣은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이나 과거에 대한 후회는 슬픔의 감정을 증폭시키기에 좋은 소재지만 문제는 플래시백이 나올 때마다 영화의 리듬이 눈에 띄게 느려진다는 것이다. 결국 <프레셔>는 핵심 사건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단점을 가진 영화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