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괴팍한 외골수 노인이 내민 한 걸음 <맹글혼>
2015-11-25
글 : 이예지

괴팍한 외골수 노인이자 열쇠 수리공인 맹글혼(알 파치노)은 사랑했던 여인 클라라만을 추억하며 살아간다. 가난 속에서 그가 의지하는 것은 반려 고양이 패니뿐이다. 클라라에게 보내는 편지는 늘 반송되어오고, 하나뿐인 아들 제이콥(크리스 메시나)과의 사이마저 삐걱대는 고독한 일상을 보내는 그에게도 호의를 지닌 존재들이 있다. 맹글혼이 젊을 적 학교 야구부 코치일 때 가르친 게리(하모니 코린)와 손녀 클라라(내털리 윌몬), 그리고 은행 직원 던(홀리 헌터). 던과 맹글혼은 몇번의 데이트를 통해 가까워지지만, 결정적인 순간 맹글혼은 클라라 이야기를 꺼내며 던을 밀어내고 관계를 망쳐버린다. 호의를 베푸는 모든 이를 밀어내고, 사업 실패로 괴로워하는 아들 제이콥에게도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맹글혼. 그러나 제이콥과 게리는 그의 괴팍한 행동에도 젊었을 적 그를 추억하고 긍정하려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어느 날 반려 고양이 패니가 삼킨 열쇠를 수술해 꺼낸 뒤, 맹글혼의 내면에도 어떤 변화가 생긴다.

현재의 관계와 소통이 단절된 노인이 과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신의 밖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영화다. 그가 열쇠공이라는 것, 그리고 초반부 그의 고양이가 열쇠를 삼킨 사건은 의도된 상징이다. 마치 감동적인 서사 구조의 휴먼 드라마일 것 같은 스토리 라인이지만, 실제 영화는 괴팍한 노인의 내면과 행동을 묘사하는 심리 드라마에 가깝다. 맹글혼이 왜 클라라에 집착하는지, 어떻게 강박에서 벗어나는지에 대해선 비어 있는 채 그의 자의식만을 좇는 연출은 다소간 피로감을 안긴다. 맹글혼의 말은 타인과의 대화에서도 대부분 자기 자신을 향해 있듯이, 영화 또한 공허한 혼잣말에 가깝다. 의식의 흐름을 기술하듯 몽환적인 편집은 감독의 영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매 국면을 얼버무리는 것처럼 보인다. 열쇠와 내면에 대한 은유를 사건화해서 풀어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질적이고 고집 센 노인을 연기하는 알 파치노의 연기는 맹글혼이라는 인물을 관객에게 설득시키는 모든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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