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우리가 잘 몰랐던 영국의 매력 <트립 투 잉글랜드>
2015-11-25
글 : 김성훈

여행지로서 영국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흰살생선을 이용한 튀김을 감자튀김과 함께 먹는 ‘피시 앤드 칩스’ 정도가 먹을 만한 음식이고, 영국 남자는 죄다 마이클 파스빈더나 배네딕트 컴버배치처럼 생겼으며(영국을 다녀온 사람들 얘기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처럼 생긴 남자들이 많다고), 런던 말고는 여행할 만한 데가 없다는 편견 말이다. 하지만 <트립 투 잉글랜드>의 주인공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이 안내하는 영국 북부 지역을 따라가보면 세 가지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피시 앤드 칩스가 영국 요리의 전부가 아니며, 사람 많고 물가 비싼 런던을 고집할 필요가 없으며, 영국 북부 지역의 자연경관은 정말 아름답다는 것이다.

우리가 잘 몰랐던 영국의 매력을 펼쳐낸 이 영화는 마이클 윈터보텀의 TV시리즈 <더 트립>(2010)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더 트립>이 스티븐 쿠건과 롭 브라이든이 함께 먹는 여섯번의 점심이 중심이라면 <트립 투 잉글랜드>는 음식보다는 스티븐과 롭, 두 남자와 그들의 여행을 공들여 보여주는 작품이다. 스티븐과 롭은 잡지 <옵서버>의 제안을 받고 영국 북부 지역의 최고 레스토랑을 도는 여행을 떠난다. 산과 호수가 절경인 레이크 디스티릭트, 렁커서, ‘신이 내린 땅’이라 불리는 요크셔 데일스,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생가 도브 코티지, 워즈워스의 친구인 시인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가 묵었던 그레타홀 등 여러 북부 명소들을 돌아다니며 때로는 삶과 예술을 주제로 한 대화를 나누고, 또 때로는 마이클 케인과 알 파치노 등 배우들의 성대모사로 경쟁한다. 특히, 영국 대표 배우인 두 사람이 유명 배우들의 성대모사를 하는 장면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판박이라 놀랍다.

두 중년 남자의 여행은 모든 게 새로워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20대나 30대의 여행과 여러모로 다르다. 그들은 과거에 다녀갔던 공간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그리워하고, 여행 중에도 집안일과 일을 신경써야 하며, 그래서 여행의 어떤 순간에는 빨리 집에 가길 원한다. 둘의 6일간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지나온 삶이 아련하게 다가오고, 울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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