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매일 꿈길에서 너를 만났어, <클럽 버터플라이> 김영호
2001-03-16
글 : 최수임

사진을 보고 “아, 이 사람 <바보 같은 사랑>의 배종옥 남편이잖아”

할 것이다. 한번은 <바보 같은 사랑>으로 얼굴이 알려진 이 배우에게 음식점 주인이 반갑게 인사를 청해왔다. “아이구, 잘 봤습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이 “LG가 말이죠…”. 남들이 운동선수로 착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클럽 버터플라이>의 배우 김영호의 얼굴은 그가 살아온 여러 ‘장르’의 시간들이 모자이크된 ‘다면체’다. 때로는 만능 스포츠맨, 때로는 무명 가수, 때로는 삭발하고 암자를 찾던 구도자였다.

“살아온 얘기를 다해야 하나요?” 하면서 그가 들려준 이야기. 축구, 태권도, 씨름, 마라톤, 권투, 야구. 어릴 때부터 운동을 했던 그는 청주대 산업공학과 재학중 노래를 시작했고 스무살 무렵 청주 아웃사이더들의 클럽에 끼어들었다. 화가, 스님, 배우 등 그곳에 모여든 가지가지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감정이 풍부하니 배우를 해보라”는 말을 듣고 극단에 들어가 배우가 됐다.

‘ 그대는 내 마음의 하나뿐인 연인. 매일 꿈길에서 너를 만났어….’ 밀폐된 스튜디오에서 젊은 시절 강변가요제 참가곡이었다는 <눈먼 사랑>을 나직이 부르는 그로부터 <클럽 버터플라이>의 혁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명성황후> <아가씨와 건달들> 등 뮤지컬을 하고 영화는 <태양은 없다>에서 복싱 트레이너로 데뷔, <신장개업> <유령>에 출연한 그에게 <클럽 버터플라이>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을 때, 그는 당황했다. ‘스와핑’ 이야기라서 한달을 도망다녔다고 한다. 그가 <클럽 버터플라이>의 ‘혁’이 되기로 마음먹은 건, ‘스와핑’ 때문이 아니라 ‘샐러리맨’ 때문이었다. 현실에서는 한번도 맡아보지 못한 역. 시나리오는 혁에 대해 ‘힘들고 지친 회사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너는 샐러리맨은 안 어울려’ 하는 말에 굳은 오기 같은 것이 일었다. “단지 지친 회사원이라고만 되어 있는 혁의 캐릭터를 잡기가 어려웠다”고 하지만, <클럽 버터플라이>에서 김영호는 도수 없는 뿔테안경에 더벅머리를 그럴싸하게 한 영락없는 빌딩 속 김 대리, 박 과장이다. 스와핑이라는 어려운 소재에 영화가 꽉 잡혀 있을 때에도, 그의 사실감 있고 자연스러운 연기는 혁과 아니타 부부의 일탈이 현실의 일상적인 고민에서 출발한 것임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유령>과 <바보 같은 사랑> 사이, 얻을 수 있는 시나리오는 다 구해 여자 역까지 모든 역을 다해보며 ‘연습’만 하기도 했던 그의 투지가 <클럽 버터플라이>에서 ‘소재 대 연기 싸움’에 쏟아부어진 결과다.

“‘그 사람 없네’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연기변신에 성공한 그의 다음 행보는 아마도 <로드무비>, 그리고 <달마야 놀자>. 5월 촬영에 들어가는 <달마야 놀자>에서 그는 폭력배를 다스리는 도력 높은 스님으로 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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