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파리] “예언영화” 아닌 “교육영화”로 이해되길
2015-12-08
글 : 최현정 (파리 통신원)
파리 테러 소재로 한 <메이드 인 프랑스> 개봉 취소
<메이드 인 프랑스> 포스터.

‘프랑스의 9•11’, ‘13일, 피의 금요일’, ‘제3차 세계대전’…. 지난 11월13일 파리와 생드니 테러 이후 프랑스 내외의 대중매체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표현들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테러 직후 선포한 국가 비상사태는 앞으로도 최소 3개월은 지속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리 테러를 준비하는 지하디스트 그룹에 잠입, 정보를 캐내려 하는 한 프랑스 저널리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니콜라 부키예프 감독의 장편 <메이드 인 프랑스>의 개봉이 취소되었다. 극도로 예민한 소재 때문에 예산을 모으는 과정에서부터 캐스팅, 촬영, 후반작업까지 수없이 많은 난관을 겪어야 했던 이 작품은, 원래 올해 8월 말에서 10월 중순 사이에 개봉하려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밀려 결국 개봉을 11월18일로 정하고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불과 5일 전에 이런 극적인 상황이 발생하면서 칼라시니코프 소총 형상을 한 에펠탑을 공식 포스터로 내건 <메이드 인 프랑스>는 당분간(이라고 쓰고 무기한이라고 읽는다) 극장에서 볼 수 없는 국가적 금기 작품이 되어버렸다. 감독과 배급사 프리티 픽처스는 <프리미어>와 가진 인터뷰에서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폭력과 희생이 지금 국민들이 겪고 있는 현실과 과도하게 닮아 있어 지금은 개봉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이 영화를 보여줄 수 있는 때가 분명히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부키예프 감독은 “급하다…. 어서 빨리 이런 주제들을 다루어야 한다”라고 조바심을 숨기지 않았다. 사실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과 주요 캐릭터들은 올해 1월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편집실과 유대인 슈퍼마켓에서 벌어진 테러와 비슷하다 못해 이들을 미리 점친 ‘예언영화’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실제 상황과 닮아 있다고 한다(참고로 영화는 2014년 <샤를리 에브도> 편집실 테러 사건 이전에 완성되었다). <누벨 옵제르바퇴르>의 칼럼니스트 올리비에 카샹은 <메이드 인 프랑스>는 단순한 액션 스릴러가 아니라 과감하면서도 책임감 있는 “교육영화”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이 작품을 정상적인 통로로 곧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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