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의 이누도 잇신 감독이 크리스마스의 사랑 이야기로 돌아왔다. 나카무라 고의 소설을 각색한 <서툴지만, 사랑>은 엇갈린 네 남녀의 사랑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만화가를 꿈꾸는 히카루(아이바 마사키)는 조각가 안나(에이쿠라 나나)와 소꿉친구다. 안나는 히카루를 짝사랑하지만 히카루는 안나의 직장 상사 태소연(한효주)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히카루는 조심스럽게 소연에게 다가가지만 소연은 옛 연인을 잊지 못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지 못한다. 한편 히카루가 그리는 만화의 주인공 데비쿠로는 산타클로스와 반대되는 데빌(devil)클로스 캐릭터다. 히카루는 데비쿠로와 대화하는 능력을 지녔는데 히카루의 분신과도 같은 데비쿠로는 그의 사랑을 탐탁지 않아 한다.
<서툴지만, 사랑>은 국내 개봉 제목으로, 원제는 <미라클: 데비쿠로군의 사랑과 마법>이다. 두 제목이 주는 인상이 상이한데 영화의 내용에 근접한 것은 후자다. 문자 그대로 ‘마법’을 통해 ‘기적’처럼 이루어지는 ‘사랑’에 방점이 찍힌 영화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마법이나 기적이라는 단어에서 짐작되듯 영화가 낭만적인 결말에 치중하느라 서사의 개연성에는 소홀하다는 점이다. 가령 후반부의 주요 장면들은 인물의 감정 변화를 설득력 있게 묘사하기보다는 플래시백에 의존하거나 우연한 사건에 기대는 식으로 진행된다. 애니메이션을 삽입한 장면도 투박하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그 속에서 따뜻하고 아린 순간들을 건져올리던 이누도 잇신의 손길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