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부모와 떨어져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던 케이티(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자신이 어느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존재라고 여긴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버림받은 아이들을 돌보지만 마음속 공허함은 계속 커져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바에서 혼자 술을 마시던 케이티는 <파더 앤 도터>라는 책을 쓰고 퓰리처상 수상자이기도 한 소설가였던 아빠 제이크(러셀 크로)의 팬이라며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카메론(에런 폴)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카메론과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어린 시절 아빠와의 아픈 기억이 자꾸만 케이티를 찾아온다.
<행복을 찾아서>(2006)를 통해 부성애를 탐구했던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의 이름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영화는 현재의 케이티와 어린 시절의 케이티(카일리 로저스)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진행된다. 짧지만 행복했던 아빠와 함께한 어린 케이티의 시간들은 홀로 잠들지 못하는 불안과 서툰 감정의 형태로 성인이 된 케이티에게 상처처럼 돌아온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파괴적’ 행동을 일삼는 케이티의 현재 모습을 과거의 가슴 아픈 시간들로 모조리 환원시켜 설명하다보니 눈물을 슬쩍 닦고 보면 다소 빈약하고 도식적인 뼈대가 그대로 발견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러셀 크로까지 위협하는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엄청난 ‘존재감’은 오히려 블랙홀처럼 영화의 모든 것을 그녀 안으로 빨아들이고 말았다. 뛰어난 연기가 영화를 위협할 수 있다는 또 한번의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