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허구를 통해 현실에 닿으려는 노력 <그들이 죽었다>
2015-12-09
글 : 김지미 (영화평론가)

그들이 ‘죽었다’는 제목과 달리 이 영화는 마야인의 달력이 끝나는 2012년 12월21일을 코앞에 두고 제각기 나름의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청년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무명배우 상석, 태희, 재호는 연기를 하지 않는 배우는 ‘백수’와 다를 바 없다는 친구 재호의 도발에 의기투합해 영화를 직접 만들기로 한다. 하지만 미숙한 첫 촬영 이후 여배우는 슬그머니 발을 빼고 촬영감독도 다른 일을 핑계로 참여를 거부한다. 영화가 엎어지면서 감정이 상한 세 친구도 술자리에서 서로에게 악담을 퍼붓고 갈라선다. 그날 이후 상석은 자신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적어내려가기 시작한다. 어느 날 상석은 오랫동안 짝사랑해왔던 미소와 닮은 노래방 도우미 이화와 우연히 조우하고 그녀에게 겨울바다 여행을 제안한다.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보려는 제목과 내용의 아이러니처럼, 이 작품은 허구인 영화를 통해 이 영화를 낳은 현실에 닿으려는 의도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주요 배우들이 실명으로 등장하고, 영화에서 실패한 연출자 백재호가 이 작품의 실제 감독이다. 또 상석이 집착하고 있는 미소는, 다름 아닌 김상석의 장편 연출작 <별일 아니다>의 여주인공이다. 그로 인해 ‘세상이 멸망하지 않으면 이대로 살 거예요? 그래도 괜찮아요?’라는 다소 상투적인 질문에 대한 상석의 절규와 눈물 그리고 영화의 엔딩을 알리는 상석의 나지막한 ‘컷’ 소리 등이 이 영화를 만든 이들의 실체적인 고뇌로 효과적으로 전환된다. 반면 무명배우라는 설정에는 적합하지만 극적으로는 별로 조화롭지 못한 배우들의 어색한 대사톤이 몰입을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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