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어촌 오헤어. 8살 소년 페퍼(제이콥 살바티)는 또래보다 작아 놀림받기 일쑤다. 하지만 그의 곁엔 늘 그를 최고라 여겨주는 ‘파트너’인 아빠가 함께한다. 그러던 중 전쟁에 참전한 아빠와 소식이 단절되면서 페퍼와 가족들의 상심은 깊어간다. 어느 날 마술쇼에 갔다가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믿게 된 페퍼는 올리버 신부와 마을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 하시모토의 도움을 받아 아빠가 무사히 고향에 오게 해줄 염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리틀 보이>의 배경은 ‘그림엽서에 나올’ 정도로 작고 평화롭고 예쁘다(마을 세트는 미국 서민층의 삶을 그린 노먼 록웰의 일러스트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기 직전인 전쟁 막바지의 혼란은 이 마을도 비켜가지 않는다. 알레한드로 몬테베르드 감독은 거대하고도 전 지구적인 ‘불운’을 마을에서 가장 작아 ‘왜소증’, ‘난쟁이’라고 불리는 소년의 눈을 통해서 바라본다. 페퍼가 아빠와 즐겨보던 마술가가 등장하는 코믹북 <벤 이글>의 주인공은 위기의 순간에 항상 “할 수 있다고 믿는가”라고 묻는다.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기적이 필요한’ 그 시대, 페퍼는 그 순진한 믿음을 작동시킨다. 전쟁 포로가 되었을지도 모를 아빠의 처지를 연상시키는 일본인 하시모토와 우정을 나누는 동안 페퍼의 내면은 한뼘 성장한다.
‘리틀 보이’는 실제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이름, 영화 속 페퍼가 일으킨 것처럼 보이는 지진은 히로시마 폭탄 투하 3개월 전 실제로 LA에서 발생했다. 페퍼를 연기한 제이콥 살바티의 호연이 인상적인데, 오디션 참가자인 형을 따라왔다가 발탁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