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사 박자기는 꿈을 통해 불길한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이 있다. 어느 날 꿈속에서 의문의 연쇄자살사건을 목격한 그녀는 이를 막기 위해 또 다른 능력자들을 모으기로 결심한다. 10분 뒤의 미래를 보는 장세윤, 시간을 멈출 수 있는 고등학생 김영탁, 10초 뒤로 시간을 돌릴 수 있는 강민혁, 그리고 저승사자 양성식까지 4인의 능력자를 만나고 설득한 박자기 선생. 이들은 함께 대참사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사건의 윤곽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도리어 위협이 이들을 덮치기 시작한다.
강풀 원작 웹툰이 10년 만에 장편애니메이션으로 돌아왔다. 장편애니메이션으로서의 <타이밍>은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우선 웹툰을 원작으로 한 최초의 장편애니메이션이다. 이미 여러 차례 영화화된 강풀 웹툰 중에서도 유난히 만화적 상상력이 넘치는 원작인 만큼 딱 들어맞는 옷을 입은 것마냥 잘 어울린다. 둘째로 국내에서 보기 드문 15세 관람가 애니메이션이란 점이다. 관람층을 넓히기 위해 무리하게 표현을 순화하지 않고 원작의 정서를 지킨 고집 있는 각색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원작을 최대한 충실하게 옮겨 담는 것을 목표로 한 성실한 연출은 압축의 묘미를 제대로 발휘한다. 아이러니하지만 덕분에 원작을 전혀 몰라도 충분히 즐길 만한 작품이 됐다. 스릴러의 탄탄한 구성 아래 강풀 특유의 진득한 드라마를 녹여낸 전개는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관객을 빨아들이는 힘이 상당하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장편애니메이션 <오디션>(2008)을 끝내 완성해낸 민경조 감독의 뚝심이 다시 한번 빛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