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층을 불문하고 폭넓은 컬트팬을 보유하고 있는 코미디언 빌 머레이가 출연한 ‘크리스마스 스페셜’이 지난 12월4일 드디어 공개됐다. 빌 머레이가 주연을 맡고 소피아 코폴라가 연출을 맡은 <어 베리 머레이 크리스마스>(A Very Murray Christmas)는 지난해 말 제작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상영시간이 1시간인 이 작품은 1950년대 이후 TV에서 거의 보기 힘들어진 크리스마스 스페셜(또는 버라이어티쇼) 장르를 재현한 일종의 “위험한 도전”이었다. 특히 이 작품이 소개된 플랫폼은 TV가 아닌 스트리밍 사이트 ‘넷플릭스’이기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끌었다.
<어 베리 머레이 크리스마스>의 배경은 뉴욕. 빌 머레이는 칼라일 호텔에서 크리스마스 스페셜 생방송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때아닌 폭설로 생방송에 찬조출연을 해주기로 한 친구들이 대부분 오지 못하게 된다. 처량한 신세를 한탄하던 머레이는 <The Christmas Blues>를 구슬프게 부르며 생방송을 시작한다. 그는 혼자서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방송 취소를 요구하지만, 이미 계약금까지 지급한 마당에 취소는 어불성설. 결국 머레이는 가족에게 돌아가려는 크리스 록을 ‘납치’해서 <Do You Hear What I Hear?>를 부른다. 다행히 방송 중 미국 동부지역 전체가 정전되는데….
<어 베리 머레이 크리스마스>는 홍보 과정에서 빌 머레이가 주연이고 조지 클루니와 마일리 사이러스가 찬조출연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는 코미디언과 배우, 가수들도 다수 출연한다. 제이슨 슈워츠먼과 라시다 존스를 비롯해 <SNL> 출신 크리스 록과 에이미 폴러, 마야 루돌프를 볼 수 있고, ‘라일로 카일리’의 리드 보컬이었던 제니 루이스와 그룹 ‘피닉스’ 등도 출연한다. 고전적인 크리스마스 스페셜을 기대하거나 빌 머레이의 매우 건조한 유머를 즐기지 않는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겠지만, 그가 눈동자를 굴리는 것만으로도 미소를 머금게 되고, <사랑의 블랙홀>을 수없이 보고서도 늘 웃는 팬들에겐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