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지> 회화 코디네이터 <오늘의 연애> 전시 기획
전시 2014년 갤러리 소울 잉크 <럭셔리 오르가슴(Luxury Orgasme)전>
뮤직비디오 스컬&하하의 <여름밤> 45RPM의 <붐박스>
북한에서 선전화를 그려온 탈북 소녀 설지(다나). 소외된 새터민, 꽁꽁 숨어 있던 설지는 다큐멘터리 출연을 계기로, 단순히 베껴 그리던 작업을 벗어나 점점 자신의 아픔을 표현할 도구, 예술로서의 작업에 다가가게 된다. 설지가 겪는 마음의 변화를 표현해줄 그림은 말 그대로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소품이자 또 하나의 배역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50여점의 그림은 킬드런, 반달, 코마, 후디니, 메녹, 하찌, 델로스, 애나킴, 강은정, 식스코인 등 지금 가장 뜨거운 스트리트 작가, 회화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10여명의 작품이다. 그 중심에 ‘회화 코디네이터’라는 역할로 영화 속 설지의 그림과 작가들의 참여를 기획 진행한 전시기획자이자 작가 ‘레고’가 있다.
“팝아티스트 찰스 장의 소개로 박진순 감독님과 3년 전에 만났고 그사이 함께 작가들과 어울리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나누었다. 감독님의 머릿속에 90%가 있고 내가 나머지를 채운 정도랄까.” 촬영장인 제주도의 더위가 하도 살인적이어서 작업 때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레고. 하지만 파인아트 분야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반달, 코마, 후디니 등의 작품을 영화에 소개할 수 있는 건 그에게도 큰 보람이었다. “서점에서 책을 보고, 극장에서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아직까지 미술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미술을 어렵게만 볼 것이 아니라 약간 폄하하더라도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1981년생. 이십대에 레고 같은 머리 때문에 붙은 별명을 지금의 작가명으로 사용한다. 전공인 영상학을 그만두고 파인아트에 매달린 지 5년여. 그는 지난해 첫 개인전으로 루이비통 모노그램과 일본 AV만화 속 캐릭터를 결합시킨 <럭셔리 오르가슴(Luxury Orgasme)전>으로 화제를 모았다. 고급 명품백과 저급 이미지인 일본 망가의 결합에서 파인아트와 미술의 상업화에 대한 동시대성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전시 외에도 현재 영상프로덕션 ‘바토스필름’을 운영, 뮤직비디오와 영상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스컬&하하’의 <여름밤>, ‘45RPM’의 <붐박스> 뮤직비디오도 그의 작품. 자체 발행 중인 웹매거진 <루프>(LUPE)를 권지안(솔비)이 소속된 뮤직 아트 퍼포먼스 문화창작그룹 M.A.P Crew와 함께 손을 잡고 확장하는 중이기도 하다. <설지> 개봉을 맞아 지금은 CGV여의도에서 작품 속 그림 전시를 하는 한편, 피렌체국제영화제에서의 전시도 준비 중이다.
AV잡지
레고는 1년 넘게 강남역에 뿌려진 유흥업소 지라시, 오피스텔 광고 지라시 같은 것들을 모았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나라별로 모아둔 지라시를 작품에 부착했다. 그가 지라시에 관심을 둔다는 소문에 지인들도 적극 협조해준다고. 얼마 전 지인이 일본에서 공수해온 AV잡지는 그에게 또 다른 영감을 준다. “다른 용도가 아니라(웃음), 이런 걸 가지고 있으면 작품에 어떻게 응용할지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