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복고'라는 이름으로 즐길 수 있는 재미 <데싸우 댄서스>
2015-12-23
글 : 우혜경 (영화평론가)

1985년 냉전시대 동독에 살고 있는 프랑크(고르돈 캐머러)는 아버지의 바람대로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지만 공부에는 크게 흥미가 없는 나른한 청춘이다. 재미라고는 없는 일상에 지쳐가던 어느 날, 프랑크는 우연히 TV와 영화를 통해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브레이크 댄스’를 알게 되고 첫눈에 반해버린다. 그날 이후 프랑크는 친구 알렉스(올리버 코니츠니), 마티나(소냐 게르하르트)와 함께 브레이크 댄스팀을 결성해 밤낮없이 춤을 추기 시작하고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된다. 댄스 열풍이 불온한 기운으로 번질까 두려워하던 정부당국은 거리 공연을 하던 이들을 역으로 이용하기로 결심한다. 전국 순회 공연을 시켜주기로 한 것이다. 프랑크와 친구들은 당이 자신들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데싸우 댄서스>의 이야기는 무척 단순하다. ‘냉전 체제하의 삼엄한 동독 대 브레이크 댄스를 추며 일탈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대립 구도가 딱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작동한다. 전형적인 캐릭터에 사건들도 익숙하다. 이야기의 긴장감은 없지만 반대로 도식적인 서사 덕분에 관객은 힘들이지 않고 영화의 다른 부분들을 감상할 여유가 생긴다. 가진 거라곤 어설픈 트레이닝복에 급조한 카세트테이프가 전부이고, 춤출 데라곤 지저분한 거리나 조악한 무대뿐이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춤 공연은 사뭇 진지하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기에 ‘복고’라는 이름으로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설정들도 작은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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