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TV VOD]
[케이블 TV VOD] 최초 개봉작 <400 데이즈>
2015-12-25
글 : 이예지

<400 데이즈> 400 Days

제작•감독•각본 매트 오스터만 / 촬영 보 하칼라 / 편집 니콜라스 라라뷰레 / 미술 트레이시 헤이스 / 출연 브랜던 루스, 케이티 로츠, 데인 쿡, 벤 펠드먼, 그랜트 보러, 톰 카바나 / 제작연도 2015년 / 상영시간 89분 / 등급 15세 관람가

우주비행을 대비해, 생존을 위해 우주비행사들의 심리 상태를 측정하는 400일간의 모의실험이 시작된다. 팀의 리더 테오(브랜던 루스), 팀원들의 정신 건강을 체크하는 의사 에밀리(케이티 로츠), 카메라로 그들의 일상을 담아낼 드보락(데인 쿡), 성분 분석 연구원 버그(벤 펠드먼) 등 4명의 비행사는 400일간 지하 선체에 격리된다. 모의실험의 책임자 월터는 400일이 되기 전에 선체에서 나오면 그들의 커리어가 끝나게 될 것이라 압박하고, 4명의 비행사들은 지상에서의 기자회견을 끝으로 지하 벙커에서 긴 동거를 시작한다. 본부와 교신하며 무탈하게 지내던 어느 날 선체가 심하게 흔들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본부와의 교신이 끊긴다. 본부와의 교신이 끊기자 4명의 비행사들은 혼란에 빠지고 갈등이 깊어진다

폐쇄된 공간과 한정된 정보 속에서 인간은 기존의 믿음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영화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흐려놓으며 인간의 심리를 몰아붙인다. 미니멀한 설정과 공간 속에서 미스터리한 서스펜스와 긴장감을 잘 이끌어낸 작품이다. 미국 케이블 채널 <Syfy>가 설립한 ‘Syfy필름스’의 첫 번째 프로젝트이자 채널의 색깔에 충실한 영화로, 저예산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장르영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립된 캐릭터들은 실험의 연장인지, 실제 상황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각자의 믿음에 따라 현실을 도피하거나 직시한다. 재미있는 것은 어떤 게 도피이고 직시인지 관객 역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는 무엇이 맞는 믿음인지 선뜻 밝히려 하지 않고 영화를 끝까지 끌고 간다. 혹자는 서사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비판할 테고, 혹자는 서사를 열어놔 상상력을 자극하며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고 여길 법하다. 그럼에도 세트장인지, 폐허가 된 도시인지 모를 기이한 정경은 장르팬의 취향을 만족시킬 만하다. 아쉬운 건 캐릭터들 사이의 촘촘히 쌓이지 못하는 감정들이다. 역할별로 단순화된 캐릭터들 사이에선 피상적인 사건과 얕은 감정들만이 쌓이고, 밀도가 낮은 감정들은 그들의 심리를 극한까지 밀어붙이기엔 힘에 부친다. <수퍼맨 리턴즈>의 브랜던 루스, 레이디 가가의 백댄서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케이티 로츠가 각각 팀의 리더와 의사 역을 맡았으며, 이들은 <DC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에서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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