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후반의 독일. 몰락한 귀족 가문의 두딸 카롤리나(한나 헤르츠스프룽)와 샬롯(헨리에트 콘퓨리우스)은 서로에게 둘도 없는 사이다. 언니 카롤리나는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부호 가문의 남자와 원치 않는 결혼생활을 한다. 샬롯은 언니에 대한 부채감과 동시에 행복한 결혼생활에 대한 갈망을 품고 있다. 그런 샬롯에게 운명처럼 한 남자가 다가온다. 남자의 이름은 프리드리히 실러(플로리안 슈테터), 당대 독일의 가장 촉망받는 시인 중 하나다. 우연한 기회로 샬롯에게 빠진 프리드리히는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한다. 이후 자매는 프리드리히를 집으로 초대하고 그해 가을, 셋은 낭만적인 한때를 보낸다. 이들은 셋이서 평생 함께할 방법을 궁리하며 그 방안을 실행에 옮긴다.
괴테와 함께 독일 고전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프리드리히 실러의 삶과 사랑을 자매의 시점에서 재구성했다. 프리드리히 실러가 대문호로 성장하는 과정은 사실에 기반하나 러브스토리는 도미닉 그라프 감독의 상상력이 빚어낸 허구다. ‘한 남자를 둘러싼 자매의 사랑’이란 소재는 치정극으로 재단되기 쉽지만 영화는 셋의 관계가 변화하는 양상을 꼼꼼하고 완만하게 묘사한다. 극 초반 셋이 교류하는 감정은 우정과 동경에 가깝다. 이때 암호를 잔뜩 넣은 서신을 열정적으로 주고받는 모습이 흥미를 끈다. 하지만 극의 3분의 1 정도 지점에 이르면 감정의 균형이 깨지며 관계에도 균열이 생긴다. 이후 질투 같은 인간의 본원적인 감정과 결혼이란 제도의 파급력이 균열을 넓히고 관계를 변질시킨다. 제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