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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내 안의 괴물들에 대한 이야기
2015-12-31
글 : 김수빈 (객원기자)
사진 : 최성열
<몬스터 호텔2> 한국어 더빙 컬투 정찬우, 김태균
컬투 정찬우, 김태균(왼쪽부터).

목소리만으로 가상의 인물과 사연들을 9년째 연기해온 남자들. 2016년에 10주년을 맞는 라디오 프로그램 <두시탈출 컬투쇼>의 진행자 정찬우, 김태균은 목소리 연기의 장인들이다. 이들은 라디오에서 다진 실력을 토대로 애니메이션 더빙 연기에도 활발히 참여해왔다. 그간 연기한 작품 5편에서 맡은 캐릭터가 적어도 서른개 이상이다. <아스테릭스: 신들의 전당>(2014)에서 주인공 두명의 목소리를 연기한 것을 제외하면 작품당 평균 일곱 캐릭터씩을 맡아왔다. 12월24일 개봉한 <몬스터 호텔2>에선 역대 최다인 아홉 캐릭터를 연기한다. ‘숨은 컬투 찾기’는 <몬스터 호텔2>의 중요한 관람포인트이기도 하다.

-전작 <몬스터 호텔>(2013)에선 8역이었는데 이번엔 하나 더 늘어나 2인9역을 연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정찬우_그리핀이다. 가장 비중이 큰 캐릭터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몸체가 없고 목만 달랑거리던 문고리 캐릭터는 계속해서 깐죽거리는 모습이 특히 귀여웠다.

김태균_내 메인 캐릭터였던 머레이는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캐릭터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먹보 할머니도 인상적이었다. 파티장에서 음식을 마구 먹어치우며 파티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고선 마지막에 한마디 한다. (연기하며) “내가 안 먹었는데 오옹….”

-그리핀은 투명 몬스터다. 형태가 없어서 특징을 잡는 데 힘든 점은 없었나.

=정찬우_투명 몬스터라 입이 없어서 싱크를 맞추기가 힘들었다. (웃음) 게다가 같은 투명 몬스터인 그리핀의 여자친구까지 연기해야 했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 키스하는 신이라든지…. (웃음)

-<몬스터 호텔> 시리즈만의 매력은.

=정찬우_아이들 눈높이에만 맞춰져 있지 않고 어른들이 보기에도 충분히 재밌다. 주인공이 괴물들이기 때문에 펼쳐지는 묘한 상황들이 웃음을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캐릭터의 손이 툭 잘려도 그냥 웃을 수 있다. 무섭다기보다 유쾌한 몬스터들을 보며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진짜 괴물 같은 감정들을 바깥으로 빼낼 수 있는 영화다.

김태균_작품 속 세상이 인간 세상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영화 속 몬스터들이 좌충우돌하는 것처럼 인간 세상도 괴상하게 얽히고설켜 돌아간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 곁에 가족이 있다는 걸 알게 한다. 대사 한마디에 재미를 주려고 노력한 디테일도 좋았다.

-유독 다역 연기 경험이 많은데 가장 연기하기 어려웠던 캐릭터는 뭔가.

=정찬우_<스폰지밥 3D>에서 갈매기 다섯 마리를 연기한 적이 있다. 다섯 마리가 다 똑같이 생겼는데 각각의 차이를 살려서 연기하라더라. (웃음)

-<두시탈출 컬투쇼>가 곧 10주년을 맞는다. 애니메이션과 라디오에서의 목소리연기는 어떤 차이가 있나.

=정찬우_라디오 사연은 기승전결을 갖춘 하나의 이야기다. 전체 흐름을 생각하면서 ‘이건 이렇게 해야 더 웃기겠다’는 식으로 판단하며 읽어나가는 거다. 그런데 목소리 연기는 캐릭터가 정해져 있다. 여러 캐릭터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된다. 만들어진 영상을 보며 계속해서 입을 맞춰야 하는 차이도 있고.

김태균_라디오는 진행부터 사연 읽는 것까지 혼자 다 한다.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기 때문에 좀더 편안하고 틀에 갇히지 않은 느낌이다. 그런데 목소리 연기는 큰 흐름을 깨선 안 된다. 분명히 정해진 대사가 있기 때문이다.

-라디오에서 연기한 경험이 목소리 연기를 할 때 도움을 주기도 하나.

=김태균_라디오에서 했던 할머니 캐릭터를 이번에 응용해 써먹었다. 사연마다 다양하게 연기를 하다보니 도움이 많이 된다.

정찬우_해왔던 것들에 익숙하니까 나도 모르게 라디오에서 했던 연기를 하기도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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