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현지보고] 한국 개봉 앞둔 <포인트 브레이크> 기자회견 현장
2015-12-31
글 : 안현진 (LA 통신원)
<폭풍 속으로> 리메이크작 <포인트 브레이크> 미리 보기

쌍팔연도의 향수가 한국 안방극장의 주말을 강타하는 요즘, 그때 그 시절의 영화 한편이 리메이크되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1991년작 <폭풍 속으로>(원제 <포인트 브레이크>)를 2015년에 되살린 할리우드와 중국의 합작영화 <포인트 브레이크>다. <폭풍 속으로>는 독특한 방식으로 은행을 터는 한 무리의 서퍼들을 잡기 위해 위장, 잠입하는 FBI 요원 조니(키아누 리브스)의 이야기로, <스피드>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기 전의 키아누 리브스와 <더티 댄싱> <사랑과 영혼>으로 스타덤에 올라 있던 패트릭 스웨이지가 함께 출연한 액션 스릴러다. 서핑이 붐이었던 1990년대 분위기와 급진주의적 아이디어, 그리고 당시 남자들의 의리와 우정이라고 포장했던 브로맨스를 소재로 만들어진 <폭풍 속으로>는 블록버스터로 남지는 못했지만 그 뒤 컬트 클래식으로 자리잡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나는 FBI 요원이다”(I am an F.B.I. agent), “넌 이제 끝났어”(You gotta go down, man), “아름답지 않은가!”(Isn’ t that beautiful?) 등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를 남기며 여러 코미디영화에서 패러디됐다.

원작으로부터 24년이 흐른 지금, <폭풍 속으로>는 <포인트 브레이크>로 다시금 만들어졌다. 아드레날린 분출에 중독되어 서핑을 하고 은행을 털던 <폭풍 속으로>의 보디(패트릭 스웨이지)는 오노 오자키라는 구루의 이론에 심취해 범죄를 통해서라도 부를 나누려는 무리의 리더로 그려졌고, 전직 스포츠 스타에서 FBI 요원에 된 조니에게는 어두운 전사가 더해졌다. 서핑과 스카이 점핑 정도였던 원작과 달리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선보이다보니 캘리포니아의 해변에 국한됐던 오리지널 로케이션은 전세계적인 스케일로 확대됐고, 그 결과 두 남자 사이의 묘한 긴장보다는 익스트림 스포츠에 방점이 찍힌 액션 스릴러가 탄생했다. 지난 12월4일 로스앤젤레스에서 <포인트 브레이크>를 미리 보았다. 감독과 제작진, 그리고 출연자들이 참석한 기자회견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1. 조니와 보디

<폭풍 속으로>의 포스터는 클로즈업된 조니와 보디였다. 한동안 영화에서 만날 수 없었던 키아누 리브스와 2009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패트릭 스웨이지의 자리를 채우는 배우들은 호주 출신인 루크 브레이시와 베네수엘라 출신의 에드가 라미레즈다. 이름만 들으면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나 보디를 연기한 에드가 라미레즈는 <본 얼티메이텀> <체> <제로 다크 서티> <인보카머스> 등에, 조니를 연기한 루크 브레이시는 <지.아이.조2> 등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2. 익스트림 스포츠로의 확장

원작에서 보디는 서핑보드 위에서 균형을 잡았을 때 느껴지는 짜릿함을 즐긴다. 아드레날린에 중독되어 더 강한 긴박감을 찾아 은행강도에 나서고, 낙하산 하나에 의지해 하늘에서 뛰어내린다. <포인트 브레이크>에서 보디는 오노 오자키라는 구루의 8대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익스트림 스포츠를 선보인다. 타히티의 바다 한가운데서 일어나는 엄청난 크기의 파도를 서핑보드 하나로 이겨내고(빅웨이브 서핑), 날다람쥐를 연상시키는 윙슈트(활강용 특수 낙하산 비행복)를 입고 절벽과 절벽 사이를 비행한다(프록시미티 플라이트). 맨손으로 900m에 달하는 폭포를 등반하고(암벽등반), 경사가 수직에 가까운 설산을 스노보딩으로 하강(페이스 보딩)한다. 제작자인 앤드루 코소보는 “1991년에는 익스트림 스포츠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포인트 브레이크>는 <폭풍 속으로> 이후 세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탐구하는 기회가 됐다. 2015년의 시선으로 본 <폭풍 속으로>가 <포인트 브레이크>다. <폭풍 속으로>의 아이디어는 그때보다 지금에 더 어울린다”고 말해 <포인트 브레이크>의 세계가 그저 리메이크가 아닌 오리지널의 확장이라고 정리했다.

3. 에릭슨 코어- 감독이자 촬영감독

<페이백> <분노의 질주>의 촬영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에릭슨 코어에게 <포인트 브레이크>는 마크 월버그와 촬영한 <인빈서블>에 이은 두 번째 연출작이다. 연출보다는 촬영감독의 필모그래피가 더 긴 코어 감독은 <포인트 브레이크>에도 촬영감독으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대부분의 액션 신이 블루 스크린이 아닌 실제 로케이션 장소에서 촬영된 만큼 액션영화의 촬영감독으로 쌓은 그의 경륜과 세컨유닛 촬영으로 얻은 경험들이 이 영화에서는 필수였다. “감독으로서 내가 내린 중요한 결정 중 하나는 세컨유닛의 촬영을 퍼스트유닛의 촬영만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고, 로케이션은 많았다. 위험한 장면도 많아 환경, 날씨 등의 조건이 딱 맞아떨어졌을 때만 촬영이 가능했는데, 모든 곳에 있을 수는 없었다.”

4. 로케이션

다른 무엇보다 <포인트 브레이크>의 미덕은 자연의 웅장함과 거대함을 느끼게 하는 로케이션 장소를 직접 찾아가 담아낸 장면들이다. 타히티의 바다, 이탈리아의 설산, 멕시코의 제비동굴, 스위스의 융프라우, 베네수엘라의 앙헬 폭포, 애리조나의 사막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성배나 마찬가지인 귀한 로케이션 장소의 향연이 펼쳐진다.

5. 가장 힘들었던 촬영지는?

<포인트 브레이크>의 제작과 촬영에서 제작진과 감독이 세운 대원칙은 “진짜를 담는 것”이었다. 그 결과, 블루 스크린 장면은 최소화됐고, 모든 장면은 할 수 있는 데까지 배우가 직접 소화했다. 배우들에게 가장 힘들었던 촬영지에 대해 물었다. 고소공포증에 대한 고백이라도 나올 것을 기대했는데, “블루 스크린 장면을 촬영한 무대”가 가장 힘들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케이블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갔던 스위스의 융프라우에서, 폭풍이 밀려온다는 말에도 끝까지 촬영한 뒤 헬리콥터를 타고 촬영장에서 철수했다는 에피소드를 듣고 있자니 평범하고 안온한 무대에서의 촬영이 힘들었다는 말이 새롭게 들렸다.

6. 삼사라, 보디와 조니의 여자

상징적인 몇몇 장면과 대사를 제외하면 원작과 여러 면에서 다르지만 <포인트 브레이크>가 원작과 가장 다른 점은 보디와 조니와의 유대관계이다. 원작에서 두 남자가 보여준 애틋하면서도 강렬했던 무언가가 <포인트 브레이크>에서 가장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게다가 자연스럽게 조니와 보디 사이를 연결해주었던 타일러(로리 페티)의 존재도 미미하기만 하다. <포인트 브레이크>에서는 호주 출신의 배우 테레사 팔머가 ‘삼사라’라는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삼사라는 조니와 보디 사이에서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기보다는 그저 구색을 맞추기 위한 여성 캐릭터로밖에 보이지 않아서 안타깝다.

7. 원작의 배우들, 카메오로 캐스팅

<포인트 브레이크>가 줄거리와 캐릭터 외에도 <폭풍 속으로>와 연결되는 지점은 더 있다. 원작에서 보디의 무리 중 한명인 로치를 연기한 제임스 르 그로스는 <포인트 브레이크>에서 FBI 디렉터로 출연했고, <폭풍 속으로>의 마지막 은행강도 신에서 죽는 그로밋 역할의 보제시 크리스토퍼 역시 FBI 디렉터 중 한 명으로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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